#1. 2015년은 청춘들에게 정말 힘들었다. 대학생들이 뽑은 올해의 단어 1-3순위에 ‘금수저 · 헬조선 · N포세대’가 올랐다. 2015년 화제의 책에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선정되었다. 한국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2. 이 겨울에 두 개의 사건이 청춘들을 유난히 춥게 했다. 하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입사원에 대한 희망퇴직, 또 하나는 두 청춘의 자살. 한 사람은 생활고에 시달린 고독사. 고시원에 살다가 숨진 뒤 한참 만에 발견됐다. 또 한사람은 서울대생, “생존을 결정짓는 건 수저 색”이라고 페북에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하였다. 두 사람은 희망 없이 오래 살기보다, 절망 없이 일찍 죽기를 택했다.
#3. 재계 10위 두산의 주력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극심한 경영난으로 금년 들어 희망퇴직을 4번 실시했다. 2월, 9월, 11월, 12월이다. 2월, 9월에는 사무직 과장급 이상 380명, 11월엔 기술·생산직 450명이 짐을 쌌다.
그런데 두산인프라코어는 12월에 1-2년차 신입사원을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켰다. 언론과 SNS에서 비난이 빗발쳤다. 부랴부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1-2년차 신입사원 희망퇴직 접수를 철회했지만, 네티즌들은 "늦었다고 전해라"고 싸늘하게 반응했다.
#4. 신입사원 희망퇴직 사건으로 ‘사람이 미래다’는 두산의 이미지는 완전히 망가졌다. 100년 기업 두산, ‘신의 직장’ 대기업에 들어왔는데 1년도 못되어서 회사가 어려우니 그만두라고 하니, 퇴직위로금 조금 받고 다시 광야에서 살라고 하니 얼마나 황당 · 분노 · 우울했을까.
#5. 다행히도 1-2년차 신입사원은 철회되었지만, 입사 3년차 이상은 회사를 떠났다.
그렇다면 이번에 희망퇴직으로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누구인가. 4년제 대졸 공채 직군과 2∼3년제 초대졸 직군으로 이원화된 사무직군 중 지방대나 초대졸 출신이 ‘찍퇴’와 ‘강퇴’로 표현되듯 희망퇴직 주 대상이었다. 두산의 차별적인 인사시스템은 소위 ‘흙수저’도 물고 나오지 못한 ‘지잡대’(지방의 잡스러운 대학)와 초대졸 출신을 대상자로 한 것이다. 애초부터 희망퇴직 명단은 정해져 있었고, 몇 분간의 면담이 전부였다. (김종진, 중앙일보, [논쟁] 대기업 희망퇴직은 피할 수 없는가, 2015.12.23.)
#6. 한편 11월에 희망퇴직을 거부한 기술직 직원 21명은 대기발령 상태로 매일 A4용지 5장 분량의 ‘회고록’을 쓰면서 사실상 퇴직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안 나가면 협박조로 전부 나가게 하고 있습니다. 안 나겠다고 하니 노무대기라고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교육을 보냈습니다. 휴대전화를 반납해 사용금지를 시키고 화장실도 못 가게 했습니다. 나중에 바뀌었지만….” (경향신문 2015.12.24)
#7. 더 어이없는 일은 11월에 생산직 노동자 450명을 감원하여 현장 일손이 부족해지자,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미 내보냈던 생산직 노동자 170여명과 한 달 짜리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신문 2015.12.18. 두산인프라코어 사태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
#8. 길거리로 내 몰린 ‘희망없는 청춘’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당장은 멘붕(멘탈 붕괴)일 것이다. 세상과 담을 쌓고 골방에 갇혀 있을 것이다. 아니면 직장 나가는 것처럼 집에서 나가서 배회하리라.
그런 후에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다. 한국을 떠나거나, 다시 취업 준비하거나.
취업준비를 한다면, 내년에는 기업의 대량 감원 한파가 몰아칠 것이니, 공무원이나 공기업 시험을 준비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합격이 보장되지는 않으나 그 길이 훨씬 나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