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칼럼

상해 소견, 김세곤

김세곤 2015. 12. 18. 15:29

 

<김세곤칼럼>상해 소견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여행은 감상이다. 感想? 感傷?

# 중국 여행
중국 2천년을 알려면 서안을 가고, 천년을 느끼려면 북경, 100년을 보려면 상해를 가라는 말이 있다. 12월5일에 난생 처음 상해를 갔다.
3박4일 동안 상해와 항주 그리고 주가각 등을 두루 보고 왔다.

 


# 상해 임시정부청사
부슬비 내리는 토요일 오후에 ‘항일독립의 심장부’이며 ‘대한민국의 법통’이 시작된 상해 임시정부청사를 찾았다. 상해 중심 쇼핑몰 골목에 있는 소박한 3층 건물이었다. 가파른 계단과 좁은 방. 그럼에도 백범 김구의 결단과 이봉창 · 윤봉길 의사의 용기가 배어 있다.

 

유심히 살펴본 임정청사 골목 안은 허름하다. ‘암살’ 영화 배경 같은  판자집. 1920-30년 대 냄새가 난다. 


# 중국의 화장실 
 2년 만에 다시 간 중국. 화장실은 크게 달라져 있었다. 상해에서 항주로 가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은 예전의 더럽고 악취 나고 담배연기 자욱한 화장실이 아니었다. 소변기는 오줌 냄새도 안 나고 담배공초 있는 변기는 5개중 단 한군데였다. 청소원은 수시로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었다. 

 

#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고속도로 휴게소와 상해 · 항주시내 곳곳에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표시판이 있다. “부강, 민주, 문명, 화해(和諧), 자유, 평등, 공정, 법치, 애국, 경업(敬業), 성신(誠信), 우선(友善)” 12개이다. 

중국에서 ‘민주’라는 단어를 보니 이상하다. 하기야 중국 정식명칭이 ‘중화인민공화국’이고, 북한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다.     

그런데 자유 · 평등 · 공정이란 단어는 너무 어색하다. 중국에 자유가 있나? 중국 사회는 과연 평등하고 공정한가? 진정성이 너무 의심스럽다. 

하기야 한국도 진실로 자유 · 평등 · 정의가 있나? 제5공화국의 국정지표 ‘정의사회 구현’은 허울이었고, 이명박 정부의 ‘공정사회’도 가십(Gossip)거리였다. 지금 한국사회는  ‘헬조선’ · ‘금수저, 흙수저’가 유행어이고, ‘갑질’은 여전하다.  <한국이 싫어서>, <정의를 부탁해>, <왜 분노해야 하는가> 책들이 읽힌다. 1,300만 관객이 본  영화 <베테랑>에 이어 <내부자들>이 600만 명 돌파중이다.

한편 한국 정부 신뢰도는 멕시코, 사법부 신뢰도는 좌익반군과 마약조직이 활동하는 콜롬비아와 비슷한 최하위권이다. 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정부 2015’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한국 정부 신뢰도는 34%로 조사 대상 41개국 가운데 26위였다.

사법부 신뢰도는 더 형편없다. 2013년 기준 27%로 42개국 가운데 39위였다. 한국보다 밑에는 콜롬비아(26%), 칠레(19%), 우크라이나(12%)등 3개국뿐이다.

 

 

 

# 항주에서 동파육을 먹다.
항주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동파육(東坡肉)을 먹었다. 동파육은  껍질째 두껍게 자른 돼지고기를 기름에 튀겨 양념장에 조린 요리이다. 

동파육은 당송 8대가인 소동파(蘇東坡·1036∼1101)가 황주 유배 중에 요리하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소동파는 항주태수를 하였는데 동파육을 항주 대표음식으로 만들었다.  

이 레스토랑은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 자주 찾던 곳이었는데, 시진핑 주석의 ‘부패와의 전쟁’으로 손님이 뚝 끊겼단다. 중국의 공직자는 1인당 80위안(약 1만5천원)이 넘는 식사 대접을 받으면 처벌받는다. (한국의 접대비 한도는 3만원이다.) 지난 2년 동안 시진핑은 부패 장관급 공직자 68명을 처벌하였다.  

한편 독일에 본사가 있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4년 부패인식지수’ 결과를 보면 중국은 조사대상 175개국 중 100위이다. 1위는 덴마크, 2위는 뉴질랜드, 3위는 핀란드이고, 아시아 국가는 싱가포르가 7위, 일본 15위, 홍콩 17위, 타이완 35위, 한국 43위, 북한 174위이다.

‘2015년 부패인식지수’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시진핑의 부패 척결이 얼마나 성과를 냈을까?

# 부생 (浮生)

주가각의 빈민촌 입구에 ‘부생(浮生)’이라는 커피숍이 있다. 덧없는 인생. 돈이 넘치는 상해 여행에서 중국 노인들의 빈곤과 고독을 느낀다. 여행은 감상이다. 感想? 感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