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와 호남

동학란, 동학농민혁명, 남도일보 (2015.1.9)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2015. 1. 8. 21:12

[김세곤 칼럼]동학란, 동학농민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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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08  17: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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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 12월 2일 전북 순창 피노리에서 부하 김경천의 밀고로 잡힌 전봉준은 1895년 1월말에 들것에 실려 서울로 압송되었다. 그는 일본영사관에 끌려가 조사를 받은 후 의금부 감옥에 갇혔다. 전봉준은 여섯 차례 심문을 받고 손화중, 김덕명, 최경선, 성두환과 함께 1895년 4월23일 새벽 2시에 교수형에 처해졌다. 
전봉준은 죽기 전에 시 한수를 남겼다. 
때를 만나서는 천하도 내 뜻과 같더니 時來天地皆同力
운 다하니 영웅도 스스로 어쩔 수 없구나. 運去英雄不自謀 
백성을 사랑하고 정의를 위한 길이 무슨 허물이랴 愛民正義我無失 
나라 위한 일편단심 그 누가 알아주리. 爲國丹心誰有知
동학란(東學亂)은 실패하였다. 녹두꽃은 떨어지고 청포장수는 울고 갔다. 당시 지배층과 지식인들은 동학농민운동에 대하여 곱지 않는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동학교도를 공공연하게 동적(東賊), 동비(東匪)라 불렀다. 
1910년 한일병탄 시 순절한 조선의 마지막 선비 황현도 <매천야록>에서 “고부에서 동학 비적(東匪) 전봉준이 봉기했다”고 적었다
장성군 황룡 동학농민군 승전 기념공원에는 황룡 전투에서 죽은 경군(京軍) 장교 이학승을 기리는 순의비가 있다. 비문은 1897년에 최익현이 지었는데 그는 동학농민을 동비라 혹평하였다. 비문에는 장성 출신 기우만이 비를 세우자고 제의하였다고 적혀 있다. 나중에 최익현과 기우만은 한말 의병장을 하였다. 
 독립투사 안중근도 마찬가지였다. 안중근은 ‘동학당 사태는 폭동’이라고 하면서 아버지 안태훈과 함께 황해도 동학군 토벌에 앞장섰다. 아이러니하게도 안중근 아버지 안태훈은 황해도 팔봉 동학접주 김구를 살려주었다 한다. 
한편, 1963년 10월3일에 전북 정읍 황토현에서 갑오동학혁명기념탑 준공식이 있었다. 이 날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던 박정희가 참석했다. 축사에 나선 박 의장은 “5·16 혁명도 이념면에선 동학혁명과 일맥상통한다”고 선언했다. 정부 최고 통치권자가 ‘동학농민봉기’를 처음으로
‘난’(亂)이 아닌 ‘혁명’으로 공인한 것이다. 실은 박정희 의장의 아버지 박성빈은 동학교도였다. 진보 성향의 박정희는 10월15일에 치른 제5대 대통령 선거에서 전라도와 제주도에서 몰표가 쏟아져 윤보선을 간신히 이겼다. 
한 가지 옥의 티는 동학농민혁명의 기치(旗幟)였던 ‘제폭구민(除暴救民) 보국안민(輔國安民)이 갑오동학혁명기념탑에는 ‘제폭구민(除暴救民) 보국안민 (保國安民)’으로 바뀐 점이다. 
2004년 2월 국회에서 ‘동학농민혁명참여자등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이 제정되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후 110년 만의 일이었다. 
2014년 10월11일에 서울특별시청 강당에서 동학농민혁명 2주갑 기념식이 열렸다. ‘전국화, 세계화, 미래화’를 모토로 한 이 행사에는 문화부 장관, 서울특별시장, 전라북도지사가 참석하여 축사를 하였다.
10월28일에는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도 열렸다. 주제는 ‘동학농민혁명. 평화·화해·상생의 시대를 열다’였다. 
그런데 ‘동학농민혁명’은 아직도 보편적 용어가 아니다. 소위 ‘뉴라이트’ 성향의 유영익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갑오농민봉기’라고 부른다. 그는 원래 ‘갑오경장·동학 연구’로 이름을 알린 학자로서, 갑오농민봉기를 ‘부패한 민씨 친족 정권을 몰아내고 흥선대원군을 추대하려는 무장운동’이었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도 ‘동학농민혁명’이라는 단어는 볼 수 없다. 
‘동학농민운동’이라고 적혀 있는 기록화 한 장만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1894년에 일어난 사건이 동학농민혁명으로 불리던지, 동학농민운동 혹은 갑오농민봉기라고 하건, 그 명칭에 관계없이 이 사건이 ‘반봉건·반부패·반외세’를 지향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2015년 을미년에도 동학혁명정신은 유효하다. 갑질과 부패와 일본의 역사왜곡이 계속되는 한…. <호남역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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