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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하멜탈출 350주년, 남도일보 기고입니다.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2014. 10. 6. 18:59

[김세곤 칼럼]2016년, 하멜 탈출 35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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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06  18: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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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이순신 광장의 ‘여수의 역사’ 부조에는 ‘1666, 하멜 여수를 떠나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헨드릭 하멜은 우리나라를 최초로 세계에 소개한 인물이다.
동인도회사 선원이던 하멜은 동료 선원 7명과 함께 1666년
(현종 7년) 9월4일 종포(鍾浦)를 출발하여 일본 나가사키로 출발했다.
헨드릭 하멜(1630∼1692)은 네델란드 무역선 스페르베르(Sperwer) 호를 타고 대만에서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도중에 폭풍을 만나 1653년 8월 제주도 부근에서 난파되어 서울, 강진, 여수에서 살다가 조선에서 탈출하였다.
하멜은 나가사키에서 13년간의 조선 생활을 동인도회사에 보고하기 위하여 보고서를 썼는데 우리에게는 ‘하멜표류기’로 알려져 있다. 이 보고서의 정식 명칭은 “스페르베르호의 생존 선원들이 조선의 지배하에 있던 제주도에서 1653년 8월16일 난파당한 후 1666년 9월14일 그 중 8명이 일본의 나가사키로 탈출할 때까지 겪었던 일 및 조선 백성의 관습과 국토의 상황에 관해서…”이다.
하멜보고서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1부는 네델란드 선원들의 조선 억류 일지인데 연대별로 서술되어 있다. 2부는 조선에 관한 기록이다. 여기에는 조선의 위치와 조선 백성들의 관습과 생활상, 그리고 조선왕조에 대하여 기록되어 있다.
제주도에서 난파 시 살아남은 선원 36명은 9개월 정도 제주도에서 지내다가 1654년 5월에 서울로 압송되었다. 서울에 도착하자 하멜 일행은 효종임금의 부름을 받았으며 곧 훈련도감에 소속되어 호위병이 되었다. 소위 의장대였다. 한편 이들은 고관들의 잔치에 불려가서 노리개 감이 되기도 하였다.
1655년에 하멜 일행 중 두 사람이 청나라 사신의 행렬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구원을 호소했으나 실패하였다. 두 사람은 엄벌에 처해졌고, 이 일로 하멜 일행은 추방되어 강진의 전라도 병영에 보내졌다.
1656년 3월 강진에 도착한 하멜 일행 33명은 거기에서 7년간 생활을 하였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서울에서보다 더욱 고통스럽고 풀 뽑기 등 막일이었다. 그런데 1660년부터 3년 내리 흉년이 들었다. 하멜 일행은 구걸을 하거나 승려들의 도움을 받아 살았다.
흉년이 심해지자 1663년 3월에 하멜 일행은 전라도 지역 3개소로 분산 배치되었다. 즉 여수에 12명, 순천 5명, 남원 5명으로 나누어졌다.
여수에 온 하멜 일행은 전라좌수영에 배치되어 잡역에 종사했다. 마침내 1666년 9월 4일에 하멜 등 8명은 구입한 배 한척으로 여수를 탈출하였다. 이들은 9월 6일에 일본 히라도에 도착, 9월 14일에 나가사키 데지마 섬에 있는 네델란드 상관(商館)에 인계되었다.
1668년에 네델란드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에서 “스페르베르 호의 불행한 항해일지”라는 제목으로 책이 출판되었다. 이 책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유럽은 동양진출 붐 속에서 그때 까지 유럽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이라는 나라에 신비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1670년에는 불어판, 1671년에는 독일어판, 1704년에는 영어판이 발간되었다.
2016년은 하멜이 여수를 탈출한지 350년이다. 여수시가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2003년에 제주도는 하멜 표착 350년을 기념하여 전시·강연·학술대회·책자발간 등 많은 행사를 하였다.
여수시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면 다음 네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주한네덜란드대사관과 공동으로 주관하고, 제주와 강진도 함께 참여하였으면 한다. 둘째, 일본 나가사키 시와 협력하여 여수에서 나가사키까지 하멜 탈출 재현 행사를 하였으면 한다. 셋째, 제주에서 서울, 그리고 강진을 거쳐 여수까지 하멜 순례를 하자. 넷째, 하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여 하멜이 살았던 시대를 세계사적 측면에서 재조명하자.
2016년 하멜 탈출 350주년 기념행사. 이는 여수가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호남역사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