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손의 후손들

단종의 자규시 2수. 영월 관풍헌의 자규루(매죽루), 김세곤 답사

김세곤 2014. 9. 26. 05:31

 

단종종 고사본말  <연려실기술>에서

 

 

○ 조금 뒤에 객사(客舍) 동헌(東軒)에 옮겨 거처하였는데 민간의 말에 전하기를 청령포(淸泠浦)는 수재(水災)를 입을 염려가 있으므로, 객사로 옮겼다 한다. 매양 관풍매죽루(觀風梅竹樓)에 올라앉아 밤에 사람을 시켜 피리를 불매, 소리가 먼 마을까지 들렸다. 또 매죽루 아래에서 근심스럽고 적적하여 짧은 글귀를 읊기를,

달 밝은 밤 자규새 울면 딴데는 월욕저촉혼제(月欲低蜀魂啼)라 하였다. / 月白夜蜀魂啾 一作月欲低蜀魂啼

시름 못 잊어 딴 데는 상사억(相思憶)이라 하였다. 다락에 기대었네 / 含愁情 一作相思憶 倚樓頭

네 울음 슬퍼 내 듣기 괴롭구나. 딴 데는 이성고 아심비라 하였다. / 爾啼悲我聞苦 一作爾聲苦我心悲

네 소리 없으면 내 시름 없을 것을 / 無爾聲無我愁

이 세상 괴로운 이에게 말을 보내 권하노니 / 寄語世上 一作爲報天下 苦勞 一作惱 人

춘삼월 자규루(子規樓)엘랑 삼가 부디 오르지 마소 / 愼莫登春三月子規樓 一作春三月子規啼山月樓

라 하였는데, 나라 사람들이 듣고 울지 않는 이가 없었다. 또 시를 지어 이르되,

원통한 새 한 마리 궁중에서 나온 뒤로 / 一自寃禽出帝宮

외로운 몸 단신 그림자 푸른 산을 헤매누나 / 孤身隻影碧山中

밤마다 잠 청하나 잠들 길 바이 없고 / 假眠夜夜眠無假

해마다 한을 끝내려 애를 써도 끝없는 한이로세 / 窮恨年年恨不窮

울음소리 새벽 산에 끊어지면 그믐달이 비추고 / 聲斷曉岑殘月白

봄 골짝에 토한 피가 흘러 꽃 붉게 떨어지는구나 / 血流春谷落花紅

하늘은 귀 먹어서 저 하소연 못 듣는데 / 天聾尙未聞哀訴

어쩌다 서러운 이 몸 귀만 홀로 밝았는고 / 胡乃愁人耳獨聰

하였다. 매양 맑은 새벽에 대청에 나와서 곤룡포를 입고 걸상에 앉아 있으면 보는 자가 일어나서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경내가 가물 때 향을 피워 하늘에 빌면 비가 쏟아졌다. 《병자록》 《전화적책(前火迹冊)》 《추강냉화》 《송와잡기(松窩雜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