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역사 이야기

여수, 부패도시 오명에서 벗어나자,김세곤 여수신문 글

김세곤 2013. 12. 31. 17:34

여수, 부패도시 오명에서 벗어나자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장성군 청렴문화체험교육  |  yeosu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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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31  09: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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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여수가 고향이라고. 여수에서는 돈 자랑하지 말고 순천에서는 인물 자랑하지 말고 벌교에서는 주먹자랑하지 말라고 했지.”
1960년대 말에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고향이 여수라고 하면 아시는 어른들이 하는 말이었다. 그 당시에도 여수는 돈이 많기는 많았나 보다. 아주 큰 부자는 없어도 수산업이 발달했고, 밀수로 오명은 있었지만 돈만은 풍성했다. 

지금도 그렇다. 지난 12월초에 서울에서 열린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 창립 세미나에서 표학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여수가  서울보다 행복한 도시라고 말했다. 여수는 2010년 1인당 소득이 6,371만원으로 광양의 7,911만원과 함께 전국 지방강소도시중 상위권이라는 것이다. 이곳에는 여천화학단지, 광양제철단지 등 대단위 공업단지가 있어 소득수준과 삶의 질이 높다. 더구나 여수는 2012년에 해양엑스포를 치르면서 관광도시로서 도약하였다. 2013년에는 1천 만 명의 관광객이 여수를 다녀갔다. 

그런데 옥의 티라고 할까. 탐욕의 질주라고 할까?  두 가지 큰 사건으로 말미암아 여수는 부패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하나가 2010년에 일어난 여수시장의 뇌물비리 사건이다. 당시 여수시장은 이순신광장 조성사업과 야간 경관 조명사업을 하면서 수 억 원을 챙겼다. 또 시장 출마에 앞서 지역구 시·도의원 후보자들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였다. 그리하여 여수시장은 구속되고 시 ․ 도의원 11명이 의원직을 상실하였다. 

두 번째 사건은 2012년에 일어났다. 시청 8급 기능직 공무원이 80 억 원을 횡령한 것이다. 그는 수년간 회계업무를 보면서 직원급여와 공무원 행정공제회비, 상품권 환급액, 근로소득세 등을 횡령했다. 그런데도 겉으로는 성실하게 일하고 평범하게 사는 것처럼 행세하여 주변을 경악시켰다.  

한마디로 여수시의 청렴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2013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결과 여수시는 평가대상 75개 시 市 가운데 68위를 하였다. 반면에 목포시는 2위, 광양시는 10위, 순천시는 13위를 기록했다. 광양은 잘 살기도 하면서 청렴한데 여수는 잘 살면서 부패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6개월 후면 다시 여수시장을 선출한다. 시장 후보자들은 여수시가 부패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공약을 내놓기 바란다.

공직자가 부패하지 않으려면 절제와 부패 척결의지가 중요하다.
절제는 사지 四知와 지지 知止이다. 중국 후한 때의 청백리 양진은 동래태수로 부임하던 도중 창읍에 이르렀을 때, 창읍현령 왕밀이 밤중에 양진을 찾아왔다. 왕밀은 금 10근을 바치면서 말하기를, “밤이라 아무도 알 자가 없습니다.”하였다. 이에 양진은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알거늘, 어찌 알 자가 없다고 하는가. 天知神知我知予知 何謂無知 ”라고 말하고 금을 물리쳤다 한다. 이 사지 四知가 바로 청렴결백의 실천규범이다.

노자 <도덕경> 제44장에는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춤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 따라서 오래 갈 수 있다.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고 하였다. ‘멈출 줄 아는 것’은 바로 자기 절제이다. 청렴과 검소로 가는 길이다. 
 
또한 고위층은 강력한 부패 척결의지를 가져야 한다. 지난 12월 중순에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개발도상국 공직자와 민간기업인의 부패를 ‘공공의 적 1호’(Public Enemy No.1)로 규정하고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선포하였듯이, 고위층은 부패척결의지를 천명하고 부패 사건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여야 한다.    

그런데 여수시장 후보자들이 부패방지 선언에 앞서 먼저 할 일이 있다. 깨끗한 선거를 치르는 일이다. 혼탁선거 ․ 금권선거는 또 다시 부패를 낳는다.

이제 여수는 부패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화려한 물 麗水’의 도시에서 ‘청정한 물 淸水’의 도시로 태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