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13년 9월17일 Facebook 이야기
김세곤
2013. 9. 17. 23:59
-
수사와 재판이 정략에 이용된다니
공정한 수사와 재판, 거기에서 인간의 자유와 행복도 살아나고, 거기에서 인권도 살아나고 인류의 평화도 살아납니다. 수사와 재판이 공정하지 못하고 올바르지 않다면, 그런 나라는 절대로 문명국가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문명국가가 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든 국민이 자유와 인권을 누리고,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그렇게도 염원했던 다산 정약용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가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목민심서』의 「형전(刑典)」과 『흠흠신서』에서 정확한 수사와 공정한 재판에 대하여 무한한 주문을 하였고, 어떻게 해야만 올바른 수사와 공정한 재판이 가능한가에 대하여도 누누이 설명했습니다.
“시골 백성들이 관청(검찰청・법원)에 이르면, 관리들이 꾸짖고 매질하는 소리가 교차하여 정신이 나가고 기가 꺾여 진실로 형틀에 묶일까 두렵고 빨리 빠져나가고 싶어 망녕되이 거짓 자복하는 경우도 있으며, 관리들이 속히 일을 끝내는 데만 힘써 억지로 고문을 하여 강제로 자복을 받아내는 수도 있으며, 관장(官長:검찰총장・국정원장)이 자기 견해만 믿고 망녕되이 억측을 하고, 관리들이 관장의 뜻을 좇기만 하여 자연히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刑典・斷獄)
200년 전에 다산은 수사와 재판이 공정하게 되지 못하는 이유까지를 참으로 명쾌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정치적 이유가 개재할 수 없는 일반 형사사건의 수사와 재판에 대한 이야기여서, 덜 억울할 수도 있고, 또 국가 통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겁먹은 피의자들에게 윽박지르고 겁을 주거나 모진 고문을 통해 허위자백을 받아내, 윗선에서의 정치적 목적까지를 달성해내는 요즘의 사정으로 보면, 수사와 재판의 공정성은 더욱 크게 문제 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유당 12년 독재, 제3공화국 및 유신시대의 18년, 5공시대의 8년, 40년 가까운 독재시대를 살아오면서, 정치적 목적 때문에 부당한 수사와 불공정한 재판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고, 고문당하고, 오랜 감옥생활을 했던가를, 근래의 재심에서 계속 무죄가 선고되면서, 그 진실에 대하여 똑똑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수사와 재판이 불공정했다는 역사적 확신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1987년 6・10항쟁 이후, 87년 체제가 이룩되면서, 10년에 이른 민주정부도 있었고, 수사와 재판도 그렇게 우려될 정도로 불공정하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다산의 그 거룩한 정신이 200년이 지난 요즘에야 제대로 발현되는구나 여기며, 그래도 조금 마음을 놓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9월 7일 자 「한겨레」신문의 “김현희처럼 해 줄 테니 오빠가 간첩이라고 말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고는 정말로 깜짝 놀랐습니다. 화교 간첩 남매(유우성씨와 그의 여동생)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얼마나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는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행복시대의 정부 아래서 아직도 정략적으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니, 정말로 기가 막힙니다. 언제쯤 다산의 공정한 수사와 재판에 대한 염원이 실현될 날이 올까요. 누이에게서 허위자백을 받아내 오빠를 간첩으로 만드는 수사를 했다니 아무리 하늘이 무심하다고, 그들을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요.
박석무 드림
다산 이야기에 실린 글입니다. 공정한 재판을 바라는 마음입니다. 공정이란 무엇인가요. 법과 양심에 따라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