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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곤
전 폴리텍대 강릉캠퍼스 학장 |
창조와 융합의 시대에 조직은 ‘인문소양을 갖춘 글로벌인재’를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인문소양에 대하여 몇 가지 묻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인문학이란 무슨, 무슨, 무슨 학문을 말합니까?
6월 하순에 어느 대기업 중견간부 승진 후보자 12명에게 이렇게 물었다. 대부분 답을 알리라 생각하였는데 너무나 의외였다.
인문학이 문사철 즉 문학·역사·철학이라고 답변한 이는 단 한 명뿐이었다. 인문학이 인간에 대한 학문이어서 철학이 포함됨은 대부분 알고 있었으나, 문학과 역사가 포함된다고 답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두 번째 질문을 하였다. 안전행정부의 국민안보의식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6·25가 1950년에 일어난 것을 성인 36%, 청소년 53%가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해에 대하여 묻겠습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해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는 언제입니까? 1592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났다고 4명 모두 답변하였다. 그런데 1492년에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였다고 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음 4명에게 한일강제병합과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해가 언제이냐고 물었다. 3명은 한일강제병합이 일어난 해가 1910년이라고 답하였다. 그런데 한 명이 1930년이라고 대답하였다. 내심 당황스러워 ‘아니, 이것도 모르시나요?’라고 한 마디 하려다가 꾹 참았다.
한편 1789년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것은 아무도 대답을 못하였다.
마지막 4명에게 3·1 운동과 미국이 독립선언을 한 해를 물었다. 3·1운동이 일어난 해가 1919년임은 모두 알았으나, 미국이 독립선언을 한 해가 1776년임은 모두 몰랐다.
한마디로 한국사는 조금 알지만 세계사는 전혀 모르고 있다. 이러면 어떻게 미국·프랑스인과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글로벌 인재란 외국어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나라 문화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단어의 의미를 물었다. 한문(漢文)의 뜻만 알아도 어느 정도 답변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12명 중 11명이 아예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상선약수는 노자 <도덕경> 제8장에 나오는 말이다. 겸손을 말할 때 인용하는 글이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결코 다투지 않으며,
뭇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스스로 처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인문학이 위기는 위기인가 보다. 대기업을 이끌 유망주들도 전문 분야는 해박하지만 인문소양은 부족하니. 인문학은 그 자체로 밥 안 먹여 준다고 생각하니.
그런데 천만의 말씀이다. 인문학이 밥 먹여 준다. 어느 기업체 사장이 프랑스 바이어와 판매 상담을 하였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사장이 제품이 값싸고 품질이 우수하다고 아무리 설명을 하여도 프랑스 바이어는 마음을 안 움직였다. 그러다가 화제가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옮겨갔다. 마침 같이 동석한 과장이 빅토르 위고 마니아이었다. 그 과장과 프랑스 바이어가 빅토르 위고에 대하여 재미있게 이야기 하더니 계약이 성사되었다. 그 기업체 사장, 어떤 감회이었을까.
면접을 하고 난 며칠 후,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칭화대에서 연설을 하였다. 연설 시작과 마지막을 중국어로 말하고 중국 고사를 인용하여 중국인들을 열광시켰다. 대통령이 몸소 글로벌을 실천하고 인문학을 외교에 접목시킨 것이다.
인문소양을 갖춘 글로벌 인재. 이제는 대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