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율곡에게 묻다. 강원도민일보 칼럼. 김세곤

김세곤 2013. 5. 11. 04:26

율곡에게 묻다

김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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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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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곤

폴리텍대 강릉캠퍼스 학장

율곡을 만나러 강릉 오죽헌을 간다. 입구에는 ‘오죽헌, 세계 최초 모자 화폐 인물 탄생지’라고 적힌 표지판이 있다. 율곡과 신사임당이 5천원과 5만원 권 지폐에 나왔으니 그럴 만도 한다.

자경문을 지나 오죽헌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오죽헌과 율곡의 시호를 딴 문성사(文成祠)가 있다. 사당에서 묵념을 드린 후에 다짜고짜로 율곡에게 물었다.

“율곡이시여, 지금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시나요? 안보는 위협 당하고 있고, 경제는 위기이며 민생은 어렵습니다. 남북이 분단되어 선생의 고향이신 파주의 임진강변에는 철책선이 쳐져 있고, 처가인 황해도 해주는 북한 땅이라 아예 갈 수가 없나이다. 더구나 북한은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남북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마저 폐쇄되었습니다. 어떻게 하여야 남북이 평화롭게 살고 통일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경제는 추락하고 있습니다. 유독 한국만 성장이 멈추어져 있고 청년실업은 심각하며 영세상인과 서민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사회고령화·양극화되고 자살률도 세계 최고입니다. 율곡이시여, 선생께서는 동호문답, 만언봉사와 시무육조, 십만양병설 등을 통하여 선조 임금에게 민생과 국방개혁을 간절히 호소하였습니다. 그 혜안으로 이 난국을 헤쳐 나가도록 처방을 내려주소서.”

이어서 오죽헌을 둘러본다. 여기에는 율곡이 태어난 몽룡실이 있고 어릴 때 공부하였다는 마루방이 있다. 마루방 게시판에 적힌 글이 눈에 들어온다.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非禮勿視)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고(非禮勿聽)

예가 아니면 말하지도 말고(非禮勿言)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非禮勿動)

이 네 가지는 몸을 닦는 요점이다.(四者修身之要也)

율곡은 격몽요결에서 이렇게 예(禮)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예가 사라진지 오래이다. 얼마 전에 5살 난 아이와 함께 산책 나온 30대가 고등학생들에게 침 뱉지 말라고 훈계했다가 얻어맞아 죽고, 60대 할머니가 20대 젊은이에게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지 말라고 했다가 벽돌에 맞아 죽었다. 오죽하면 ‘훈계하려면 목숨 내놓고 하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교육은 또 어떠한가? 학교 폭력은 만성화되고 학생이 선생을 폭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2가 무서워서 북한이 남침을 못한다”는 우스갯소리에 이어 문 앞에 ‘중2 있음’이라고 써 붙여두면 도둑도 겁나서 도망간다”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율곡이시여, 선생도 청소년 시절에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가출하여 금강산 사찰로 잠시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예를 다시 회복할 수 있나이까? 어찌하면 학생들이 꿈과 끼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오죽헌을 나오면서 율곡 동상을 보았다. 동상 앞에는 ‘견득사의(見得思義)이득을 보거든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표석이 있다.

다시 율곡에게 물었다. “율곡이시여, 누가 정의를 부르짖습니까? 우리 사회에 의인(義人)들이 과연 있나요? 사람들은 모두 자기 이익만 채우려 하고 있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익을 생각하기보다는 인기영합 위주이고,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하였지만 실천은 더딥니다. 정치쇄신도 그냥 흉내만 냅니다. 율곡이시여, 선생께서는 동서분당을 조정하려고 많은 애를 쓰시었습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무엇이라 말하시렵니까? 어떤 일침을 놓겠습니까? 겨레의 참 스승이시여, 희망의 새 시대를 이끌 지혜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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