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2009. 2. 19. 16:19

 

소나무

 

 

솔이여 / 松

솔이여 / 松

눈을 굽어보고 / 傲雪

겨울을 이기나니 / 凌冬

흰 눈이 네게 깃들고 / 白雲宿

푸른 이끼가 너를 덮었다 / 蒼苔封

여름 송화에는 바람이 따스하고 / 夏花風暖

가을 잎에는 서리가 흠뻑 젖도다 / 秋葉霜濃

곧은 줄기는 붉은 벼랑에 우뚝 솟았고 / 直幹聳丹壑

맑은 빛은 푸른 봉우리와 잇닿았어라 / 淸輝連碧峯

그림자는 빈 단상의 새벽 달빛에 떨어지고 / 影落空壇曉月

소리는 먼 절의 잦아드는 종을 흔드누나 / 聲搖遠寺殘鐘

가지는 싸늘한 이슬 뒤집어 자는 학을 깨우고 / 枝翻凉露驚眠鶴

뿌리는 깊은 땅속에 박혀서 숨은 용에 가까워라 / 根揷重泉近蟄龍

초평은 너를 먹으며 수련해 신선이 되었고 / 初平服食而鍊仙骨

원량은 네 곁을 서성이며 가슴을 후련히 씻었지 / 元亮盤桓兮盪塵胸

구태여 완생을 대하고 절품을 논할 것 없나니 / 不必要對阮生論絶品

무엇 하러 다시 위언 시켜 기이한 모습 그리게 하랴 / 何須更令韋偃畫奇容

땅에 명을 받아 독야청청함을 이에 알겠노니 / 乃知獨也靑靑受命於地

너의 늦게 시드는 자태가 아니라면 내가 그 누구를 따르랴 / 匪爾後凋之姿吾誰適從




[주D-001]초평(初平)은……되었고 : 초평은 황초평(黃初平)이다. 그는 단계(丹溪) 사람으로 열다섯 살에 양을 치다가 도사(道士)를 따라 금화산(金華山) 석실(石室)로 가서 수도(修道)하였다. 그 후 40년 만에 그 형 초기(初起)가 수소문 끝에 그를 찾아가 만났더니 양은 보이지 않고 흰 돌들만 있었다. 초평이 “양들은 일어나라.”고 소리치자, 흰 돌들이 모두 수만 마리의 양으로 변했다. 《神仙傳 黃初平》

[주D-002]원량(元亮)은……씻었지 : 원량은 진(晉)나라 도연명(陶淵明)의 자이다.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햇살은 흐릿하게 저물려 하는데, 외로운 솔을 어루만지며 서성이도다.〔景翳翳以將入 撫孤松而盤桓〕” 하였다.

[주D-003]완생(阮生)을……없나니 : 두보의 〈절구(絶句) 4수〉에 “매화가 익었으니 주로와 함께 먹고, 솔이 높으니 완생을 대하여 논하고자 하노라.〔梅熟許同朱老喫 松高擬對阮生論〕” 하였다. 주로(朱老)와 완생은 두보가 촉(蜀) 땅 검외(劍外)에 있을 때 사귄 주씨(朱氏)와 완씨(阮氏)이다.

[주D-004]무엇……하랴 : 두보가 당대의 유명한 화가인 위언(韋偃)이 그린 소나무 그림을 보고 지은 〈희위위언쌍송도가(戲爲韋偃雙松圖歌)〉에 “나에게 한 필 좋은 동견이 있으니, 그 값어치가 금수단보다 못하지 않다오. 이미 깨끗이 소제해 빛이 찬란하니, 그대 붓을 휘둘러 곧은 솔을 그려보오.〔我有一匹好東絹 重之不減錦繡段 已令拂拭光凌亂 請君放筆爲直幹〕” 하였다. 동견(東絹)은 사천성(四川省) 염정현(鹽亭縣)에서 나는 아계견(鵝溪絹)이란 좋은 비단으로, 회화에 많이 쓰인다.

[주D-005]늦게 시드는 자태 : 공자가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子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