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poet 한 편

낙화 - 이형기

김세곤 2008. 4. 22. 10:45

낙화

               이 형 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196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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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있다. 이별과 떠날 자리 찾기 이다.  떠날 때는 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그 모습이 추하면 안 된다. 추한 모습이 마지막 모습이 되면 추한 모습만 잔상에 남는다. 

  아름다운  뒷 모습을 간직하기 위하여 오늘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