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총 - 집안
고구려 역사기행(3)
제3화 동양의 피라미드 - 중국 집안 장군총
국내성터를 둘러본 우리 일행은 이제 장군총으로 발길을 옮긴다. 장군총은 국내성에서 동쪽으로 5km 정도 가면 있다. 장군총 가는 도중에 버스에서 광개토대왕비를 보았다. 비 碑는 담장이 둘러져 있는 누각 안에 있다.
장군총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관광버스가 10여 대 있다. 모두 한국인 관광객들이 탄 버스이다. 한국 사람들의 고구려 역사 알기 열기가 이렇게 높은 줄은 정말 몰랐다. 중국은 2002년에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고 평양을 포함한 한강 이북의 땅이 중국 식민지’ 라는 동북공정을 발표하여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그 이후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는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등 TV 드라마가 연거푸 방영되고 앞으로 광개토대왕을 주인공을 한 <태왕사신기>도 방영 예정이다. 언론과 방송, 국민들이 모두 나서서 우리 민족의 뿌리와 정체성 正體性 찾기를 하고 있으니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나는 주차장에서 장군총이 있는 곳으로 걸어 올라간다. 2-3분 올라가니 역사책에서 보았던 장군총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뒤에 웅장한 산 하나가 버티고 있다. 연변대학교 역사학과 출신인 정원철 관광안내원에게 산 이름을 물었더니 이 산이 바로 용산 龍山이란다. 용산은 이름 그대로 날아가는 용의 모습을 떠 올릴 만큼 신령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용이란 지명에는 상서로운 기운이 있으며 이곳은 국내성의 중심이요 혈 穴이라고 정선생은 설명한다. 정 선생은 역사학 전공자답게 고구려 역사를 소상하게 해설하여 주어 정말 고맙다.
이제 정면에서 장군총을 본다. 피라미드 형식으로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돌무덤 하나. 크기가 너무 커서 올라가 있는 사람이 조그마하게 보인다. 장군총은 높이가 12.4m, 4변의 길이가 35.6m인 총 7층의 사각형 계단식 돌무덤이란다. 길이 3.7m 폭 1m 두께 1m 되는 돌이 1100여개 사용되었고 5톤 트럭 3,800대 분량이란다.
그런데 돌로 쌓아 올린 정교함도 놀랍다. 돌을 하나하나 아귀를 맞추어서 계단식으로 쌓아 올리는 일을 기하학도 발전하지 않은 1,500여 년 전에 하였으니 정말 놀랍다. 중국 사람들이 장군총을 ‘동양의 피라미드’라고 극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무덤 앞에 웅장한 돌 3개가 아래 기단을 받치고 있다. 이는 돌무덤의 무게 때문에 균형이 깨지고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받쳐 놓은 것이라 한다. 그리고 보니 무덤 3면에 모두 돌이 3개씩 한면에는 두개가 있다. 2개 밖에 없는 면에는 돌들이 약간 어긋나 있다.
이제 나는 난간을 따라서 장군총 석실로 올라간다. 석실은 총 7층중에 4층과 5층 사이에 있다. 원래 이 석실에는 왕과 왕비의 관이 있었다는 데 지금은 비어 있다. 석실 천장은 평양 진파리 고분에서 보듯이 홈이 파여져 있다.
석실을 나와서 바깥을 보니 앞쪽은 압록강이고 그 건너편은 북한의 만포시이다. 북한의 산들은 나무가 없어서 그런지 붉은 산이다. 우측 옆을 바라보니 조그마한 돌무덤이 하나 보인다. 이 무덤이 바로 딸린무덤이다. 왕과 왕비의 시중을 드는 궁녀나 내관들이 같이 묻혀 있는 곳이 이 딸린 무덤이다. 원래 이 딸린무덤은 5개가 있었다 하나 지금은 하나 밖에 안 남아 있단다. 나는 장군총을 내려와서 이 딸린무덤으로 간다.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무덤이 많이 훼손되어 있다. 도굴당한 흔적이 역력하다.
우리 일행은 장군총 정면에서 모여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용산 아래의 왕릉에서 고구려의 전성시대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한편 이 장군총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나는 고등학교 역사책에서 배운 것 처럼 장군총은 장수왕릉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장군총은 중국 학자들이 주장하는 장수왕릉이 아니고 동명왕릉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요즘 광개토태왕에 대하여 조예가 깊은 동국대 윤명철 교수가 하고 있다. 그는 집안 호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평양으로 천도한 장수왕이 옛 수도 국내성에 호족들의 도움을 받아 능을 만들 이유가 없고, 고구려 민족은 도읍을 옮길 때 마다 시조 묘를 옮기었는데 , 평양에도 동명왕릉이 있듯이 집안에도 시조묘가 하나 있음직하다는 점과 특히 장군총의 뒷산 이름이 용산인데 환인의 오녀산성을 용산이라 부르고 평양에 있는 동명왕릉도 평양시 외곽인 력포구역 용산리인 점등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아무튼 장군총이 누구의 왕릉이건 압록강 기슭에 신령스러운 용산 밑에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그 진가가 더욱 발휘되고 있다.
장군총 위에서 본 딸린 무덤
장군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