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련 글들
남북 장관회담 이야기
김세곤
2007. 6. 3. 21:31
입력 : 2007.06.02 00:59 / 수정 : 2007.06.02 05:58
- 제21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대북 쌀 차관(40만t) 제공 지연에 발목이 잡혀 아무 성과 없이 끝났다. 남북은 차기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다.
남북 대표단은 1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마지막 회의를 열고 회담을 마무리했다. 추상적인 공동보도문은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의제는 하나도 합의하지 못했다. 특히 남측 수석대표인 이재정(63) 통일부 장관은 회담 기간 15살 연하인 권호웅(48) 북측 단장에게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를 연발해 눈길을 끌었다.
- ▲“창문 좀 내려 보세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1일 남북장관급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뒤 회담장인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을 떠나는 북한 권호웅 내각 참사의 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 장관은 창문을 잠깐 내려 줄 것을 요청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 장관은 이날 공동보도문 낭독에 앞서 권 단장에게 “3박4일 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마감 종결회의를 하게 돼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31일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이 장관은 “어제(30일)는 참관도 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그런 시간이 없어서 미안합니다”라고 밝혔다. 당시 참관은 북측의 요구로 취소된 것이다. 권 단장이 “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자, 이 장관은 “과거에는 큰 만찬을 하다가 이번에는 간소하게 실무적으로 해서 미안합니다”라고 응답했다. 이 장관의 이런 발언을 두고 회담장 주변에선 “5월 말까지 쌀 차관 제공을 약속했다가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 것에 대한 미안함을 나타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어려운 회담 과정에서 나온 의례적인 인사말”이라며 “‘저자세’란 비판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각종 남북회담의 이정표 격인 장관급회담이 성과를 얻지 못함에 따라 앞으로 남북 관계는 북한 돈 2500만달러가 묶인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만 쳐다보는 형국이 됐다. 우리는 북한의 2·13 합의 이행이 조금이라도 진전되지 않으면 쌀을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북한은 BDA 해결 없는 합의 이행은 없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북관계가 당장 얼어붙을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다. 쌀 이외에도 8000만달러 규모의 경공업 원자재 지원 등의 대북지원 카드가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합의는 못했지만 “6·15 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남북간 화해·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문제들을 더 연구해 나가기로 했다”는, 형식적이나마 공동 보도문을 냈다는 것도 그런 증거들 중의 하나이다. 정부 당국자는 “8일로 예정된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첫 풍향계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