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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관 회담 사설

김세곤 2007. 6. 3. 06:41
사설] 북핵 해결과 쌀 지원 연계원칙 잘 지켰다 [중앙일보]
제21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아무런 성과도 보지 못하고 종료됐다. 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위해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따라 정부가 취한 쌀 지원 유보 조치에 북한이 반발, 의제 논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태도는 개탄스럽지만 정부가 모처럼 남북관계에서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은 바람직했다. 4월 말 남북 경제회담에서 남측은 쌀 지원을 6자회담의 '2.13 합의' 이행과 연계했다. 그러나 결국 쌀을 보낼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그런 우려를 불식하고 '쌀 지원 유보'라는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앞으로도 북한에 대해 이런 당당한 자세를 계속 보여 주길 바란다.

이번 사태로 남북관계는 이산가족 상봉이 중단되는 등 불가피하게 경색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 너무 개의할 필요가 없다. 남북관계가 한 차원 높게 진전되지 못하는 것은 '회담'이나 '합의'가 없어서가 아니다. 합의를 깨거나 남측을 안하무인(眼下無人) 격으로 대하려는 북측의 태도가 가장 큰 문제였다.

이번 회담도 마찬가지였다. 남측은 '쌀 제공과 2.13 합의 이행 연계' 방침을 북측에 명백히 전했다. 그러나 그 합의는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 남측이 태도를 바꿀 여지가 조금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쌀을 보내라. 그러지 않으면 회담은 없다'고 막무가내로 나온 것은 남측은 안중에도 없다는 방증이다. 끝까지 남측을 몰아붙이면 결국 남측이 양보할 것이라는 특유의 떼쓰기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은 여론이 중시되는 민주국가다. 대북 지원도 여기에 호응하는 남측 국민이 늘어나면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런데 북측 단장은 남측 수석대표의 덕담에 엉뚱한 발언만 늘어놓았다. 고맙다는 인사치레는 고사하고 마치 '맡겨 놓은 물건 찾아가겠다'는 듯한 오만함마저 풍겼다. 남측 국민의 반발만 자초한 것이다. 북측은 떼쓰기는 이제 그만하고 겸손함부터 배울 수는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