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야기
영화 - 한 여학생의 일기
김세곤
2007. 5. 24. 18:01
- 북한 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한 여학생의 일기'(The schoolgirl's diary)가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한 여학생의 일기'는 지난해 북한에서 8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총 인구가 2300만여명에 불과하고 극장 수 역시 턱없이 부족한 북한에서 나온 '믿거나 말거나' 한 기록이지만, 그만큼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영화다.
한 여학생의 시선으로 가족 간의 갈등과 자아의 성장 과정을 그려내, 칸 현지에서는 색다른 시선으로 주목하고 있다. 영화전문지인 버라이어티는 북한 여학생들이 미키마우스 가방을 매고 등장하는 도입부를 두고 '시각이 참신하다'(well-lensed)는 평을 하기도 했다.
주요 등장인물은 학교에 다니는 소녀 수련과 수옥 자매, 과학자인 아버지, 과학원 사서인 엄마다. 소녀들은 허구한 날 연구개발 때문에 집에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에 불만이 많다. 하지만 아버지가 암으로 쓰러지자 맏딸인 수련은 그를 이해하면서 '친애하는 수령 동지'를 위해 과학자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는 게 주요 내용.
미키 마우스 가방에 이어 중간 중간 나오는 영어 대사도 눈길을 끄는 부분으로 꼽혔다.
진부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북한 영화로는 '의외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담고 있으며, 가장 최근 북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데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한 여학생의 일기'는 이미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프리티픽쳐스에서 판권을 구입해 올 하반기 프랑스에서 상영될 예정.
특히 프리티픽쳐스의 제임스 벨라이즈 대표는 이 영화에 대해 "단순히 선동적이지만은 않다"고 강조하며, "수천 편의 영화를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영화광인 김정일이 시나리오와 편집 등에 참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