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먹고 잘 살기
[건강한 인생] (건강칼럼) 지금은 `덜 먹고 잘 사는` 시대
한국인의 삶은 먹는 게 반이다.
물론 하루 24시간의 절반인 12시간을 먹는 데 쓰지는 않지만 삶에서 먹는 것에 두는 비중과 하루 종일 먹는 것을 생각하는 시간을 보면 거의 반에 해당한다.
그 증거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등산길이나 골프장 근처에 너무나 많은 음식점이 있다. 해외 여행을 가면 관광은 못 해도 먹는 것은 반드시 챙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TV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이 많은 음식 얘기를 하는 세계 유일의 나라다. 서양의 모임은 담소하고 춤 추는 파티인데 한국의 모임은 반드시 회식이라는 것 등 셀 수가 없다.
이렇게 음식에 큰 비중을 두니까 당연히 영양과 맛 외에도 건강이라는 다른 큰 의미를 일부러 찾으려고 한다.
즉 보통의 평범한 음식인 데도 건강에 좋은 어떤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고 강조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시원찮은 음식도 몸에 필요한 성분을 한두 가지씩 갖고 있게 마련이고 TV에서 소개하는 소위 몸에 좋다는 음식을 다 먹다 보면 어느덧 자신의 몸은 영양 과잉이니 비만으로 변해 있는 것이다.
보양식(補養食)이라는 개념도 거의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즉 질병을 앓거나 몸이 힘들거나 환경적 부담이 있을 때 이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름철의 삼계탕,사철탕이라고도 불리는 보신탕,황사가 오면 먹어야 한다는 삼겹살 등은 매우 대중적이고 몸이 허약할 때는 흑염소나 잉어탕이 흔히 애용되고 있다.
이러한 보양식의 특징은 한 마디로 고지방·고칼로리식인데 한 끼의 양이 보통 하루 총 필요량의 3분의 1~2분의 1인 1200kcal 전후를 제공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보았겠지만 과거에는 보양식을 먹으면 맛도 있지만 먹고 나면 왠지 힘이 나고 기분도 좋아졌음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기분은 아직도 그런 것 같은데 체력 보강은 그저 그런 것 같지 않은가. 보양식 몇 번 먹었더니 오히려 배만 더 나오더라고 느껴지지는 않는가. 보양식을 먹어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보양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전체적으로 칼로리가 부족하고 채식을 위주로 했던 우리 몸에 많은 칼로리와 동물성 단백질 및 지방을 일시에 제공하면 우리의 몸은 일시적으로 반짝 힘을 얻는다.
그러나 이미 영양 과잉의 시대에 있는 우리 몸은 보양식을 먹더라도 잉여 에너지가 넘쳐 지방 및 뱃살 축적만 가속화하는 것이다.
고령화보다 더 빨리 진행되는 비만화는 '잘 먹고 잘 살자'는 우리의 믿음 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성인의 50% 이상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는 '덜 먹고 잘 살기'를 실천해야 하며 먹기의 비중을 삶에서 10% 정도로 낮추어야 한다.
김병고의 섬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