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셋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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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일은 언제나 더디게 일어난다.
우리의 예상은 언제나 속도위반을 범한다.》
존 나이스비트를 세계적인 미래학자의 반열에 올려놓은 책, ‘메가트렌드’가 출간된 지 24년이 흘렀다. 그는 이미 ‘메가트렌드’에서 1980년대의 시각으로 21세기에 발생할 거대한 조류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그 후 20여 년간 나이스비트는 활발한 저술과 강연을 통해 인류의 미래상을 전파해 왔다. ‘메가트렌드 아시아’, ‘메가트렌드 2000’ 등이 그 산물이었다. 그런데 그는 2006년 말, 돌연 ‘마인드 세트’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미래학의 대가답게 이번에도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방식은 변했다. 메가트렌드 이후 20여 년간은 자신이 상상한 미래를 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데 치중했다면, 마인드 세트에서는 아예 자신처럼 미래를 보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마치 그동안 고기를 직접 낚아 줬지만 이제부터는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려는 듯 말이다.
마인드 세트란 우리의 생각을 관장하는 소프트웨어다. 어떤 마인드 세트를 가졌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따라서 자신만의 마인드 세트를 정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이스비트의 책 ‘마인드 세트’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전반부에서는 11개의 마인드 세트에 대해 언급하고 후반부에서는 전반부를 응용해 21세기의 첫 50년을 조망한다.
나이스비트가 제시한 11개의 마인드 세트를 요약하면 결국 ‘미래를 보려면 객관적인 현재의 데이터를 재료로 삼되 직관과 상상력을 동원하라’는 한 문장이 된다. 많은 사람이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외형은 변하더라도 본질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살만 루슈디가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카슈미르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듯이 과거 현재 미래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직물과도 같다. 또 르네상스가 낳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최초의 헬리콥터와 비행기 모형을 설계한 후 실제로 인간이 하늘을 나는 데에는 약 50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당장 일어날 것처럼 보이는 변화도 실제로는 한참 후에 일어난다.
결국 미래에 세계가 나아갈 방향과 역사적인 전환점의 실마리는 언제나 과거와 현재에 놓여 있는 셈이다. 따라서 세상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현재에 무엇이 내재되어 있는지 살펴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나이스비트는 특히 현재를 들여다보는 데 가장 좋은 도구인 신문을 통해 미래에 대한 스케치를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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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미래를 다룬 책을 읽고 점쟁이를 찾는 이유는 남들보다 앞서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스비트의 신간 ‘마인드 세트’는 정작 미래에 대한 속 시원한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마치 월드컵을 앞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족집게 과외가 아니라 체력훈련에 집중했던 것처럼 미래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마인드 세트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꼭 맞는 처방이 아닐까?
김진혁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