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야기

이상한나라 앨리스 북한

김세곤 2007. 4. 16. 06:24

 

 

  “거대 공원-수용소 공존…北은 공포-코미디의 중간지대”


“나는 정말 태어나서 북한보다 독특한 나라를 본 적이 없다. 마치 영화 촬영 세트장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빌딩이든 지하철이든 진짜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대외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눈가림에 불과했다.”

세계 최대 여행전문출판사 ‘론리 플래닛’을 창업한 토니 휠러 회장이 2주간 북한을 둘러본 소감이다.

휠러 회장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북한과 이란, 이라크 외에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쿠바 리비아 사우디아라비아 알바니아 등 자신이 선정한 국가를 포함해 2년간 9개국 여행기를 엮은 ‘나쁜 나라들―악의 축 여행기(Bad Lands―A Tourist on the Axis of Evil)’를 펴냈다.

영문판인 이 책은 국내에서 론리 플래닛의 한국총판을 맡고 있는 신발끈여행사가 16일부터 판매한다.


휠러 회장은 출간 보도자료에서 “‘악의 축’ 국가들이 왜 나쁜 나라인지 반문해 보고 싶었다”며 “9개국을 둘러보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제외하면 신변의 안전을 특히 걱정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가장 불가사의한 나라라고 할 수 있는데 깨끗하고 거대한 스탈린 공원과 노동수용소가 공존하는 공포와 코미디 중간에서 오가고 있는 곳”이라면서 “북한은 고립돼 있는 데다 정보가 부족해 서양의 시각에서 볼 때 더욱 이상한 곳이 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책 본문 40여 쪽(222∼263쪽) 분량에 수록된 북한 편은 현지 가이드가 휠러회장 일행에게 “당신들이야말로 악의 축”이라고 투덜대는 것으로 시작한다.

“당신들, 내가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창밖으로 사진 찍지 않습니까. 가이드가 잠시라도 사라지고 우리의 위대하신 수령님에 대해 한마디라도 하면 낄낄대고 웃지 않습니까.”

휠러 회장은 “국경에서 평양으로의 6시간 여정 중에 북한이 정상적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 주는 여러 징후를 발견했다”며 “길에는 사람이 없었고 도로에는 한 시간 동안 한 대(벤츠)의 차밖에 지나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도 웃고 놀고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사람들”이라며 “하지만 우리가 볼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을 은폐하려는 정부와 사진 촬영도 금지하면서 그들을 통제하려는 정부였다”고 마무리했다.

그는 책에서 테러리즘, 개인숭배, 다른 국가에 가하는 위협, 자국민에 대한 탄압 등 4개 요인으로 자신이 만든 ‘악의 척도’에 따라 9개국의 점수를 매겼는데, 북한(7)이 가장 높고 쿠바(1.5)가 가장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