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야기
밀레의 만종, 한국에 온다.
김세곤
2007. 4. 11. 04:15
‘오르세미술관전’ 21일부터
입력 : 2007.04.10 00:06 / 수정 : 2007.04.10 16:51
- 19세기 말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대표작인 ‘만종’이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21일 문을 여는 ‘오르세미술관전-만종과 거장들의 영혼’을 통해서다.
‘만종’(1857~1859)은 가로 66㎝ 세로 55.5㎝의 작은 그림이지만 19세기 말 유럽의 근대미술 태동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유명한 작품이다. 황혼이 깃드는 밭에서 농민 부부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교회의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하는 장면을 그렸다. 미술이 과거에 신화와 역사를 그리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일상에 실제로 있는 사람과 삶을 묘사하게 된 것을 보여준다.
- ▲마네 ‘피리부는 소년’(왼쪽). 반 고흐 ‘아를르의 반 고흐의 방’.
밀레는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는 밭에서 일할 때 교회의 만종 소리가 들리면 우리에게 일하는 것을 멈추고 기도하게 하셨다”고 회상한 적도 있다. 따라서 ‘만종’은 그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농민들에 대한 애정을 담은 그림이다. 밀레는 파리 교외의 바르비종에서 농민의 생활과 농촌풍경을 그렸던 ‘바르비종파’의 대표주자로 우리 관객들이 특히 좋아하는 화가다. 1972년에 조선일보 주최로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렸던 ‘밀레특별전’은 당시로서는 유례 없는 관객몰이를 해 크게 화제가 됐었다.
파리 세느강변에 위치한 오르세미술관은 기차역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바꿔 1986년 개관한 곳으로 19세기 유럽 근대미술과 인상주의 미술 콜렉션으로 유명하다. 오르세미술관전은 지난 2000년에도 덕수궁 미술관에서 한 적이 있다.
- ▲해 저무는 조용한 밭에서 농민 부부는 땀 흘릴 수 있는 삶에 감사하며 기도를 드리고 있다. 밀레는 대표작‘만종’을 통해 산업화의 물결이 유럽을 휩쓸던 19세기 말 아직 사라지지 않은 농촌생활의 순수함과 경건함을 그려냈다.
이번 전시작 중 인상주의 화가 마네의 대표작인 ‘피리 부는 소년’(1866)도 밀레의 ‘만종’처럼 과거 미술의 전통을 깼던 의미가 담겨 있다. 원근법을 무시하고 그림자도 생략해 묘사가 아주 평면적이다. 모델은 황제 친위대 곡예단의 평범한 소년이다. 서양미술에서 본격적인 ‘모더니즘’이 탄생한 것을 볼 수 있다. 후기인상주의 화가인 반 고흐의 ‘아를르의 반 고흐의 방’(1889)은 반 고흐가 자신의 후원자 겸 딜러였던 동생 테오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방을 보여주기 위해 그린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화가의 자화상’(1890~1891), 드가의 ‘오페라 극장의 관현악단’(1868~1869) 등 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 대표적 화가들을 중심으로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회화 44점과 작가들의 모습과 작업실을 담은 사진 등이 이번에 전시된다. ▶9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02)322-0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