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모음
우리나라 경제 진단
김세곤
2007. 3. 21. 00:47
-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서울이 夢遊病몽유병에 걸렸다(Seoul sleepwalk)’는 제목으로 한국 경제 특집기사를 실었다. 세계의 거울에 비친 한국 경제의 모습이 잠자다 불쑥 일어나 사방을 배회하는 정신 나간 몽유병자 같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수출 챔피언이었던 한국이 길을 잃을 위험’에 빠진 이유는 현대자동차 베이징 공장과 울산 공장을 비교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는 내용이다. 베이징 공장 중국 근로자들은 시간당 68대를 만들며 기본급으로 360달러(34만원)를 받는다. 울산 공장에선 시간당 55대를 만들면서 평균 월급은 4580달러(430만원)다. 한국 근로자는 중국 근로자보다 임금을 10배나 많이 받으면서 생산성은 더 낮다. 경제 원리대로라면 현대자동차는 울산 공장을 폐쇄하고 베이징 공장을 增設증설하는 게 옳다. 그러지 않으면 현대자동차 전체가 세계시장에서 베이징의 도요타 공장이나 상하이의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 제품에 밀려나게 된다. 이 간단한 원리를 현대자동차 勞使노사만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경제적 활력 자체를 잃어버렸다. 민간기업 투자는 199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40%에서 1998년 30%, 작년엔 28%로 떨어졌다. 기업 투자 축소는 기업이 내일의 糧食양식을 준비할 생각을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바깥 사람들 눈에는 대기업의 납품가 引下인하 압력과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 치여 몰락 직전에 있는 중소기업의 時限附시한부 생명도 훤히 보인다. 경쟁력을 잃고도 정부 지원으로 버티는 ‘좀비 기업’들이 한국 경제의 活路활로를 가로막고 있다고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이런 기사는 새로울 게 없다. 산업 현장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상식으로 굳어진 사실들이다. 충격적인 것은 한국 경제의 속병이 잠자다 벌떡 일어나 정신없이 사방을 헤매고 다니는 몽유병으로 이미 전 세계에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손학규 前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에 대해서만 길게 이야기할 뿐 한국 경제의 속병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어느 장관도 파이낸셜타임스 기사를 꺼낼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한국 경제의 守門將수문장과 보초들이 너나없이 졸고 있다. 날이 저무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過客과객은 길에서 露宿노숙 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런 정신없는 수문장과 보초에게 자신의 내일을 맡겨둔 국민들만 가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