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화
‘영원한 제국’의 소설가 이인화(35)씨는 “좋은 글이란 엄격한 문장 수련과 문학수업을 통해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엄격한 문학수업 시절을 거쳤다. 춘원 李光洙(이광수), 金允植(김윤식), 李御寧(이어령)의 글을 거의 다 통독했다.
“그분들의 글이라면, 그분들이 평생 동안 쓴 것을 모두 다 찾아 읽었습니다. 그분들의 글에 모자라는 것을 찾아 보충한다는 생각으로 제 글을 써왔을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私淑(사숙)한 거죠. 첨삭 지도는 아버지께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무척 자상하신 편이었고, 글쓰기에 대해 많은 얘기들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계단문학동인회’라는 문학서클에서 활동했는데, 그 때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후배 글을 평해주고 다듬어 주던 선배들과 친구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그는 소설을 쓸 때, 쓰려고 하는 소재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한다. 그 방면의 모든 책과 논문, 자료들을 읽고 꼼꼼히 노트하는 과정을 거쳐, 다 알았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공부한다. 소재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자신감이 들지 않는 한 그의 공부는 계속된다. 그렇게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쓸 때보다 오히려 전체 시간은 단축된다고 한다. 그 소재에 있어서는 어떤 학자보다 더 많이 알고 쓰고 싶은 게 소설가로서 그의 욕심이다.
“좋은 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흔히 두 가지 답변이 있습니다. ‘글은 그 사람이다’라고 하면서 인격이나 사상의 완성이 바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요건이라는 비교적 전통적인 입장이 그 하나지요. 다른 하나는 ‘글은 만들어 내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글 자체에 대한 장인적인 성실성을 강조하는 현대적인 입장입니다. 前者(전자)가 전통적인 文士(문사)의식이라면 後者(후자)를 현대적인 예술가의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후자를 통해서 전자에 도달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가능한 최선의 글쓰기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글 자체에 장인적으로 성실하게 몰입하다 보면 생활 자체가 점점 더 단순해지고 소박해지고 헛된 욕심을 버리게 됩니다. 글 쓰는 것 외에 실제의 삶에서 재미를 찾지 못할 때, 한없이 허전하고 외로워서 글을 쓰고 고치는 것 외에는 마음 붙일 곳이 없다고 느낄 때 좋은 글이 나오고 그 사람의 삶도 일체의 장식을 털어 버린 겨울나무처럼 건실함과 확고함을 갖게 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文氣(문기)’라는 것은 그 사람 자체의 氣와는 다른 별개의 것이며, 오로지 글만이 자신의 인생 전체를 떠받치고 있다는 절박감이 있을 때만 생기는 힘이라고 본다. 단순히 흠 없는 글을 넘어 영혼까지 감동시키는 명문장의 비밀은 바로 이 ‘절박감’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잘 쓰려면 우선 수공업적인 첨삭수업 없이는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자기 힘에 알맞은 작은 소재를 택해서, 충분히 공부하고, 너무 소심한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단어 하나, 구절 하나, 문장 하나를 따지고 고친다면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高名(고명)한 교수의 강의를 듣거나 어떤 계기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자기 글이 갑자기 좋아지는 건 절대 아닙니다.”
이인화씨는 자신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큰 소재로 大作(대작)을 쓰겠다는 욕심, 불충분한 공부, 철저하지 못했던 첨삭과 퇴고로 미흡한 글을 만들고 말았다는 후회라고 고백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글을 쓰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인간적인 미숙함과의 싸움이 아니겠느냐고.
짧고 좋은 글
글 잘 쓰려면 1
김세곤
2007. 2. 25. 08:03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1) |
스스로 백치라 생각하고 엄격한 문장 수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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