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대한 시

매화 -기대승

김세곤 2007. 2. 1. 06:49

 

 

  

매화


               기대승



고개 너머 차갑게 피어 있는 매화는

바로 적선 謫仙이라.


고고한 향기와 나그네 자취가

각각 천성을 보전하였네.


어찌하면 달빛 아래서

우리 그윽한 회포를 열고


복희씨가 괘를 긋기 전의

이야기를 해 볼까.




嶺外寒梅是謫仙             영외한매시적선

孤芳羈跡各全天             고방기적각전천

何當月下開幽抱             하당월하개유포

設到羲皇畫卦前             설도희황획괘전


 1569년 3월 퇴계 이황은 서울을 떠나면서 고봉 기대승(1527-1572)에게 매화시 8수를 준다. 이 시들을 받고 고봉은 답시를 하나하나 쓴다. 이 시는 그중 제6수이다.

 

매화는  적선 謫仙이라. 고고한 향기와 나그네 자취가 천성이네. 고봉이 퇴계의 성품을 이렇게 매화에 비유한 것이다. 적선은 죄를 짓고 인간세상으로 쫓겨 내려온 천상의 선인이다. 이 시에 나오는 복희씨는 주역의 8괘를 처음으로 만든 전설적인 인물로서 몸둥이는 뱀이고 얼굴은 사람이며, 소의 목과 호랑이 꼬리가 달렸다고 열자라는 책에 전한다.


 원래 퇴계가 고봉에게 준 시 제6수는 이렇다


매화가 답하다


나는 포선으로부터 환골한 신선이요

그대는 돌아온 학이라 하늘에서 내려왔네.

서로 만나 한번 웃는 것 하늘이 이미 허락했으니

예천의 일 가지고 비교하지 말게나.


  이황은 67세 정월에 조정에서 벼슬이 내려져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 그는 예천 까지 갔다가 다시 올린 사직 상소가 윤허되어 도산으로 되돌아온다. 이 때 쓴 매화 시 두수중 하나가 이시이다. 이 시에서 포선은 송나라의 임포 林逋(9671028)를 말하는 그는 서호의 고산에서 결혼도 하지 않고 매화를 아내 삼고 학을 자식처럼 기르고 (매처학자 梅妻鶴子) 살았다 하며 그의 시 산 동산의 작은 매화(山園小梅)는 너무나 유명하다. 


 한편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이 사단칠정론에 관하여 7년간에 편지를 주고  받았음은 조선 유학사에 널리 알려진 사건이다. 최인호의 소설 유림6권은 퇴계와 고봉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