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2007. 1. 28. 07:26

 

 

  

 

  한국, 어몽룡의 <월매도>와 그 전통
1. 고려 태조 왕건릉과 송죽매

2. <월매도>와 <설매도>

3. 정약용의 <매조서정도>

4. 심사정의<파교심매도>

5. 개성 있는 필치의 <매화서옥도>

 

△조희룡(趙熙龍),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
조선, 간송미술관 소장

매화꽃이 만발한 서옥(書屋)에서 한 선비가
병에 꽂은 매화를 바라보고 있다. 산이나 나무
에 가해진 분방한 필치는 당시 유행하던 추사
체의 거친 필치를 연상케 한다.

매화서옥도는 일정한 형식을 보이는 주제이다. 서호 근처의 고산에 은거하던 임포는 주변에 매화를 가득 심고 학을 기르며 살았다. 따라서 한편에 물이 있는 산 언덕에 조그만 서옥(書屋)이 있고 은거하는 선비가 있거나, 학이 함께 그려지기도 했다. 이러한 요소가 함께 다 그려지기도 하지만 매화가 핀 산 언덕에 서옥이 있는 것만으로도 매화서옥도라 했다.
조희룡(趙熙龍)의 <매화서옥도>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매화도를 잘 그렸을 뿐만 아니라 매화를 심어 감상하고, 매화시를 읊고, 자신의 거처를 매화백영루라 할 만큼 매화를 유난히 좋아하였던 조희룡은 임포의 삶을 동경하고 그처럼 은거하고자 하는 마음을 <매화서옥도>에 담아 냈다.
그의 <매화서옥도>는 난만히 피어 마치 눈이 내린 것 같은 매화나무에 둘러싸인 조그만 서옥에서 글을 읽고 있는 선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선비의 여유로운 모습과는 달리 산과 나무를 이루는 필치는 분방하다. 이러한 필치는 당시 유행하던 추사체와 흡사하며 기존의 화보나 그 화보를 본뜬 다른 화가들과 구별되는 개성 있는 모습이다.
거친 듯 분방한 조희룡의 개성은 그의 <홍매도>에서도 볼 수 있다. 마치 용이 승천하는 것 같은 굵은 줄기에 붉은 매화가 가득 피어 있는 <홍매도(紅梅圖)>는 꽃송이 하나하나를 천녀가 내려앉은 것처럼, 또는 부처의 화신처럼 생각하고 그렸다는 그의 말대로 송이마다 둥근 꽃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조희룡의 매화도는 문인들의 고결한 이상을 표현한 상징물에서 나아가 혼신을 다한 한 폭의 예술품으로 승화되었다.
한국의 매화도는 독립된 화재로 그려지기도 했고, 대나무나 소나무, 달과 함께 그려지기도 했다. 또한 새와 함께 그려지기도 했으며, 매화에 얽힌 고사가 그림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이러한 형식은 비슷한 문화권을 형성하던 중국의 예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매화도는 부러진 줄기에 새 가지가 곧게 뻗어 있는 조선 중기 어몽룡의 매화도, 화려하면서도 역동적인 조희룡의 매화도 등 시대의 미의식을 반영하면서 매화의 성정과 기상을 담는 주요 소재로서 그 역할을 다하였다. |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