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문화의 향기에 취하여 2
담양 식영정 -기대승 시
김세곤
2007. 1. 27. 08:40
식영정 운을 차하다[次息影亭韻] 오언 사운 5수 고봉 기대승 |
옛날에 석천노인 찾아 뵙고 / 昔拜石川老
소나무 밑 정자에서 배회했노라 / 徘徊松下亭
인간 세계는 헌신짝인 양 벗어던지고 / 人間猶脫屣
하늘 위에선 스스로 별을 타리라 / 天上自騎星
석양에 구름은 산봉우리에 나고 / 落日雲生岫
가을 바람 지는 잎 뜨락에 가득하구나 / 秋風葉滿庭
그대를 만나 좋은 경개 이야기 들으니 / 逢君言勝槪
나도 그윽한 곳 찾아보고 싶노라 / 吾欲款幽扃
식영이란 본래 지음이 없는 것인데 / 息影初無作
높은 곳 의지해서 정자 만들었구나 / 憑高更製亭
뭇 산은 떨어지는 해를 받들고 / 衆山擎落日
한 줄기 물은 별빛이 담기었네 / 一水帶飛星
비 그친 후 이끼는 대밭에 연잇고 / 雨罷苔連竹
봄 깊으니 새가 뜨락에 내려오네 / 春深鳥下庭
소요하며 스스로 뜻을 얻어 / 逍遙自得意
부질없이 사립문을 다시 닫았노라 / 空復掩柴扃
연하 속에 기숙하는 집 한 채 마련하고 / 棲霞成一室
식영이란 외로운 정자도 있도다 / 息影有孤亭
구부리고 우러르며 하늘과 땅을 보고 / 俯仰看天地
행하고 감춤은 해와 별에게 묻는다 / 行藏問日星
뽕나무와 삼대는 오솔길 가리고 / 桑麻翳幽徑
참새 떼 황량한 뜨락에 지저귄다 / 鳥雀噪荒庭
적막한 곳에 어느 사람 찾아올까 / 寂寞何人到
소나무 사립문 스스로 닫고 있네 / 松關只自扃
나의 벗 김강숙은 / 吾友金剛叔
소나무 사이에 풀집 정자 지었구나 / 松間作草亭
마을 이름은 지금 돌이라 이르는데 / 里名今道石
산 이름도 옛부터 별이라 들었네 / 山號舊聞星
수레에 멍에 매어 탐승을 생각하고 / 命駕思探勝
흉금을 열고 정원을 거닐리라 / 開襟行步庭
봄바람에 서로 약속할 만하니 / 春風可相約
울긋불긋 숲 속 문에 비치네 / 紅綠映林扃
돌 밑 시냇가 집에 / 石底溪邊宅
띠풀 엮어 조그마한 정자 일으켰네 / 編茅起小亭
한가한 몸 아침엔 기둥에 기대고 / 閒身朝倚柱
그윽한 생각 밤에는 별을 본다 / 幽思夜觀星
이슬 젖은 작약 붉게 창을 가리고 / 露藥紅迷牖
서리 맞은 대 푸른빛 뜨락을 덮누나 / 霜篁翠覆庭
때로 마을 술 익었다는 말 듣고 / 時聞社酒熟
지팡이 잡고 구름 속 문을 나온다 / 扶杖出雲扃
[주D-001]석천노인 : 임억령(林億齡)을 말함. 문장과 풍류가 뛰어났으며 아우 임백령(林百齡)이 을사사화에 소윤(小尹) 윤원형(尹元衡)과 합세함을 보고 은퇴하였다.
[주D-002]하늘……타리라 : 훌륭한 사람은 죽어도 영혼이 흩어지지 않음을 말함.《莊子》 大宗師 에 "부열(傅說)은 동유(東維)를 타고 기미(箕尾)에 올라 열성(列星)과 견준다." 하였음.
[주D-002]하늘……타리라 : 훌륭한 사람은 죽어도 영혼이 흩어지지 않음을 말함.《莊子》 大宗師 에 "부열(傅說)은 동유(東維)를 타고 기미(箕尾)에 올라 열성(列星)과 견준다."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