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 임포 산원소매
산 동산의 작은 매화
山園小梅
임포
온 꽃이 시들어 떨어진 후에
유독 매화만이 눈부시게 아름답고
온통 작은 정원의
아름다운 경치를 차지하고 있네.
매화의 드문 그림자 뒤섞여
푸르고 얕은 물속에 흥취 있게 비치고
맑고 그윽한 향기
몽롱한 달빛 아래 흩어지네.
흰색 겨울새가 멈춰 머물러
먼저 매화의 아름다운 자태를 훔쳐보려 하며
아름다운 나비가 겨울에 이처럼 향기로운
매화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역시 넋이 나갈 정도로 애모하여 미련을 두었을 것을
다행히 가벼이 시를 읊는 시인과
매화가 서로 어우려져
가무와 금잔으로 흥을 돋울 필요가 없구나.
山園小梅
衆芳搖落獨暄姸 중방요락독훤연
占盡風情向小園 점진풍정향소원
疎影橫斜小淸淺 소영횡사소청천
暗香浮動月黃昏 암향부동월황혼
霜禽欲下先偸眼 상금욕하선투안
粉蝶如知合斷魂 분접여지합단혼
幸有微吟可相狎 행유미음가상압
不須檀板共金樽 불수단판공금준
중국 송나라의 임포 林逋(967-1028). 그는 항주에 있는 서호의 고산에서 결혼도 하지 않고 매화를 아내 삼고 학을 자식 삼아 (매처학자 梅妻鶴子) 벼슬을 버리고 신선처럼 고고하게 은거하며 살았다.
그의 시 “산 동산의 작은 매화(山園小梅)”는 너무나 유명하다.
이 시는 만고의 절창으로 알려져 있고, 여기에서 매화 향기를 암향이라고 한 표현등은 유명하다.
暗香浮動月黃昏 암향부동월황혼
매화향기를 표현하는 말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해 온 것이 암향(暗香)이다. 매화의 향기는 강한 편이 아니다. 그래서 밤이 깊어 사위가 적막할 때 비로소 먼 곳에서도 스며드는 은은한 향기를 암향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밑에 부동(浮動)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한다. 그래서 월황혼(月黃昏)이라는 임포의 시구가 있듯이 매화의 향기는 대낮보다는 으스름한 달빛과 잘 어울린다. 은은하고 청아한 매화의 후각적 요소를 어렴풋하고 차가운 달빛의 시각적 특성으로 전환시킨 것이 바로 월매도(月梅圖)요, 야매도(夜梅圖)이다.
또한 매창(梅窓)이라고 하면 달빛에 매화 그림자가 창문에 비치는 것을 뜻하고, 소영(疎影)이라고 하면 그 매화가 바람에 흔들리는 어렴풋한 그림자의 이미지를 가리킨다. 향기의 후각, 달빛의 시각, 그리고 꽃가지의 그림자가 불러일으키는 촉각적인 이미지들은 서로 조응하여 공감각적인 시너지 효과를 준다.
매화시는 때로는 매화 그림의 소재가 되어 왔는데 , 선비들은
매화를 그리고 시를 읊어야 제대로 군자 대접을 받았다.
임포외에 매화에 미친 사람은 이황, 조희룡, 육유 등이 있다.
박생광 매화
조진호 황토매화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