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보다 아름다워 -이태백
모란꽃 보다 더 아름다워
淸平調詞
이 백
구름 같은 치마에 꽃다운 얼굴
봄바람 난간을 스치고 이슬 맺힌 꽃은 농염하여라
군옥산에서 만나지 못한다면
필시 달 밝은 요대에서 만났으리.
한 떨기 농염한 꽃, 이슬도 향기 머금어
무산의 운우는 이내 간장을 끊게 하는 구나
묻노니, 한나라 궁궐에 누가 비길 이 있을까?
가련한 조비연이 새로 단장하면 혹시 모르리.
꽃도 미인도 서로 마주하며 즐거우니
바라보는 군왕의 미소 가시질 않네.
살랑이는 봄바람이 끝없는 한을 풀어주며
침향정 북쪽 난간에 흐뭇이 기대섰네.
淸平調詞 청평조사
雲想衣裳花想容 운상의상화상용
春風拂檻露華濃 춘풍불함노화농
若非群玉山頭見 야비군옥산두견
會向瑤台月下逢 회향요태월하봉
一枝濃艶露凝香 일지농염노응향
雲雨巫山枉斷腸 운우무산왕단장
借問漢宮誰得似 차문한궁수득사
可憐飛燕倚新妝 가련비연의신장
名花傾國兩相歡 명화경국량상환
長得君王帶笑看 장득군왕대소간
解釋春風無限恨 해석춘풍무한한
沈香亭北倚欄干 심향정배의난간
당나라 현종이 사랑한 양귀비 楊貴妃의 아름다운 자태와 미모를 신선의 옷과 모란꽃으로 비유한 시이다. 743년 당 현종은 침향정 못가에서 양귀비를 데리고 모란꽃을 보며 즐기고 있었다. 이 때 명창 이귀년 李貴年이 노래를 불러 흥을 돋우려고 하자 현종은 똑 같은 노래만 듣는 것이 식상한다고 하면서 이백을 불러 새 노래 가사를 지으라고 명했다. 이때 이백은 술에 만취하여 궁에 들어 왔다. 현종이 친히 찬물이 끼얹어진 이백의 얼굴을 닦아 주고 양귀비가 손수 갈아주는 먹으로 이백은 취한 김에 양귀비의 아름다움을 칭송한 시 세 수를 지었다.
이 시의 제목인 청평조사 淸平調詞는 청평조의 노래를 위한 가사라는 뜻이다. 당대의 명창 이귀년이 부른 노래를 들은 현종은 너무나 흡족하였다. 애첩 양귀비를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아름다운 모란에 비유하였으니.
당 현종은 이백에게 그 자리에서 상을 주겠으니 소원을 말하라 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백은 다른 상을 원하지 않고 환관인 고력사 高力士가 그의 신발을 벗기게 해 주라고 하였다. 당시 고력사는 황제가 가장 신임하는 환관으로 그의 권세는 대단하였다.
이후 이백은 모함을 당하여 쫓겨난다. 황제 앞에서 이백의 신발을 벗겨준 고력사가 원한을 품은 것이다. 고력사는 이 시에서 양귀비와 한나라의 성제成帝를 유혹한 조비연 趙飛燕을 비유한 것을 들어 양귀비를 부추긴 것이다.
양귀비, 옆에 모란이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