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poet 한 편

꿈, 황진이

김세곤 2007. 1. 21. 09:17

꿈에서 만나요


                        황진이



보고 싶고 그리워도 만날 길은 꿈속밖에 없으니


제가 반가이 임을 찾을 때,  임도 저를 반가이 찾으소서.


바라옵건대,  멀고 먼 꿈길을 서로 달리 오가지만


일시에 꿈꾸어 같은 꿈길에서 서로 만나사이다.




  夢



  想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儂訪歡時歡訪儂        농방환시환방농

  願似遙遙他夜夢        원사요요타야몽

  一時同作路中逢        일시동작로중봉









 



작년 12월말에 종영된 KBS 2TV 드라마 ‘황진이’에서 나오는 시입니다. 임이 그리워서 꿈길에서라도 같이 만나고 싶은 마음, 그런 그리움이 잘 배인 시입니다. 아마 한양 간 소세양이 너무 그리워 지은 시라고 생각됩니다.


이 한시를 읽으면 한시의 세계에 푹 빠져 듭니다. 

농방환시환방농 儂訪歡時歡訪儂. 첫 글자가 농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글자가 농으로 끝나는 글 솜씨, 시제 詩題가 몽 夢이요. 1,3구의 운 또한  몽夢인 시 작법. 가히  절세 명기 名妓 황진이답군요.


한시 漢詩는 번역 글보다는 원래 한자의 음과 뜻을 음미하는 것이 훨씬 더 운치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 점은 영시 英詩도 만찬가지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