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대한 시
작약 -기대승
김세곤
2007. 1. 13. 10:03
작약
기대승
봄 지난 뒤에 붉은 꽃봉오리 눈에 비쳐 환한데
두 세 송이 꽃 섬돌 아래 바람 맞아 기울어지네.
인간 세상에서의 절세의 요염함을 그 누가 알았던가.
세속에서 다투어 ‘작약’이란 이름을 전하네.
진한 꽃송이가 비 머금어 잎 새에 환하니
이 모습 보고서 옥 술잔을 어이 안 잡으랴.
새로운 달이 비치면 향기 또한 멀리 가니
꽃 가운데서 응당 절세의 이름을 드날리리.
芍藥
春後紅英照眼明 춘후홍영조안명
數叢階下帶風傾 수총계하대풍경
人間絶艶誰知得 인간절염수지득
浮俗爭傳芍藥名 부곡쟁전작약명
濃含和雨葉間明 농함화우엽간명
對比寧辭玉盞傾 대비영사옥잔경
新月照時香更遠 신월조시향경원
花中應得擅佳名 화중응득천가명
빨갛게 진하게 핀 작약 꽃. 그 꽃 색깔이 너무나 요염하여 절세의 꽃이라 하였다.
꽃 그림을 보면 간혹 요염기가 동하는 것은 꽃의 붉음이 너무 성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봉 기대승 같은 유학자도 ‘희노애락애오욕’의 칠정이 동하여 사랑과 욕정을 작약에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