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여수
박목월의 하관
김세곤
2006. 12. 31. 10:45
오늘 아침에 돌아가신 임을 위하여 이 시를 바친다.
하 관
박 목 월
관(棺)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下直)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全身)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스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먼저 가신 임이여, 이런 좋은 곳에서 지내시라고 이 사진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