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이야기

장사익 - 그의 매력...

김세곤 2006. 12. 8. 04:40

 

 

 

장사익, 그 진실한 목청   2006/12/06 22:48 추천 0    스크랩 0

 

느릿하지만 싹싹한 어투에 감싸인 질박한 충청도 사투리. 무슨 이야기를 하든 웃음 반, 말 반이라 낯선 사람도 순식간에 무장해제(武裝解除) 시키는 사람이 바로 가수 장사익(57)이다. 하지만 음반에서, 공연에서 다시 그를 만나게 되면 전율이 앞선다. 진실을 담은 노래의 힘을 목청 뿐 아니라 온 몸으로 웅변하기 때문. 3년 반만에 다섯번째 음반 사람이 그리워서를 발표한 그는 제 음악의 잔이 다 채워진 것 같아 이번에 따라내려 한 것이라 했다. 왜 음반을 영어로는 레코드라고 하잖아요? 기록이라는 의미죠. 50대 중반이 된 제가 느끼는 인생과 자연을 남기고 싶었어요. 인생의 황혼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무겁지만 삶의 혜안을 느끼게 해주는 시에 곡을 붙였죠.

그는 너나 없이 고달픈 인생살이를 발린 말로 위무하려 들지 않는다. 곪으면서 더욱 깊이 파고드는 삶의 가시들을 전력 다한 노랫말로 끄집어낸 뒤, 통쾌한 음색으로 남은 상처를 보듬는다. 노래는 철저하게 목소리 중심. 해금, 소리북 등 국악기 위주 반주가 따라붙지만 그의 음성에 함부로 말 걸지 못한다.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데 그칠 뿐. 이번 음반도 마찬가지.

미당 서정주의 시에 곡을 붙인 황혼길은 그가 재미있다고 추천한 노래. 미당 선생님 돌아가시기 전에 이 시를 만났는데 기막히더라구요. 특히 언덕 넘어 딸네 집에 가듯이 나도 인제는 잠이나 들까라는 싯구는 죽음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지혜를 느끼게 하죠.

무덤 또한 죽음과 관련됐다. 무덤 위에 누워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한국적 레퀴엠(진혼곡)을 만들어봤다고 했다. 그의 자유로운 정신은 이 노래에서 도드라진다. 곡 전반에 투루루루하며 이어지는 생소한 악기 소리의 정체가 뭐냐?고 묻자 함박웃음이 터져나온다. 최순배 선생님의 트럼펫 연주에요. 사실 연주에 앞서 트럼펫에 대고 입을 푸는 소리인데 너무 좋더라구요. 즉흥적으로 그 소리를 녹음했죠.

죽음과 함께 이 앨범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화두는 희망이다. 첫곡 희망 한 단에서 그는 춥지만 우리 이제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기라고 노래하며 아줌마, 희망 한 단에 얼마에요?라고 묻는다. 노래 말미, 희망이유, 채소나 한단 사가시유 선생님이라는 외침은 범상한 일상의 끈질긴 지속에 희망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듯하다.

장사익은 45세에 데뷔했다. 상고, 야간대학을 졸업한 뒤, 15개 직장을 전전하던 평범한 생활이었던 그는 작은 풀씨 같은 미물도 꽃을 피우고 죽는데 내 인생을 이대로 저물게 해서는 안되겠다.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국악에 매달렸다. 3년간 태평소 명인이 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했다. 그러나 재능은 엉뚱한 데 있었다. 함께 어울리던 국악인들은 술 자리에서 그의 노래를 듣고 감탄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노래한다고 했다. 힘들어 죽겠는 사람 앞에서 발가벗고 춤 춘다고 위로가 되겠어요? 소주 한 잔 하면서 나도 힘들고 너도 힘들고~ 이런 식의 노래를 함께 불러야 슬픔을 씻어줄 수 있죠. 무릎을 치면서 이것은 내 얘기야라며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저는 불러요. 어릿광대가 팔자인 인생이죠.

그의 앨범을 유심히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분명히 그의 머릿 속에서 나온 곡조인데도 굳이 노래 제목 밑에 엮음 장사익이라고 적혀있다. 허허허, 저는 감성은 있지만 악보도 잘 못 보고 음악적 질서도 잘 몰라요. 그냥 시가 마음에 들면 한 1000번쯤 읊조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노래가 돼버리는 거죠. 그 과정에서 혹시 제가 예전에 들었던 노랫가락이 섞여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작곡보다 엮음이란 표현을 씁니다. 오는 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그의 공연은 한달여전 매진됐을 정도로 폭발적 호응을 끌어냈다. 내키는 대로 불러 제낀다는 그는 한국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정서를 가장 자유로운 방식으로 노래해왔는데, 이제서야 사람들이 그 호흡을 이해하고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최승현기자vaidal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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