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보라. 나의 우상 , 이어령
이어령 교수를 보면 나의 마음은 항상 뛴다.
고교 시절 그를 한번 만난 적이 있다. 광주 학생회관에서 그분이
독서신문 주관으로 강의를 할 때 였다. 그 때 나는 이어령 이화여대 교수 같은
시대를 보는 눈이 너무 부러 웠다. 그 후 그의 수필을 마구잡이로 빠지 지 않고
읽었다. 요즘 나는 다시 이어령 교수에 빠져 있다. 그는 고희를 넘겼는 데도
활동이 너무나 왕성하다. 그분은 나의 우상이다.
비평하며 한평생’ 이어령 교수 72세에 시인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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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단 생활 50년을 맞은 이 교수는 다양한 저술 활동으로도 유명하다. 평론뿐 아니라 소설 희곡 시나리오 등 장르를 망라한 글쓰기 작업을 했지만 시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교수가 발표한 작품은 시를 쓰고 싶은 소망을 기도 형식으로 담은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와 소외돼 가는 아버지 세대의 모습을 그린 ‘도끼 한 자루’. 이 교수의 시에 대해 중진 시인 김종해 씨는 “경륜이 녹아 있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 교수는 “비평가가 쓴 시가 아니라 오랫동안 시인이 되기를 꿈꿨던 사람이 쓴 작품으로 봐 달라”고 밝혔다. 1951년 서울대 재학 시절 ‘대학신문’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의 꿈을 품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언어 공간에서 창작할 수 있는 모든 장르를 실험하면서 틈틈이 시상(詩想)을 메모 형식으로 20여 편 모아 두었다”면서 “이렇게 쌓인 ‘원석’을 잘 다듬어 세상에 선보이겠다고 생각하던 중 청탁이 들어와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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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다른 장르는 보고 들은 것을 적잖이 인용하지만 시는 순도 100% 자신의 생각으로 쓰는 글인 만큼, 시를 통해 글쓰기의 마지막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면서 “감성이 더 무뎌지기 전에 시작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도끼 한 자루’의 경우 사회라는 전장에서 싸웠지만 지치고 외로워진 오늘을 맞은 아버지 세대의 쓸쓸함을 담은 작품”이라면서 “한용운 김소월 등의 시인이 남성 시인이면서도 여성적인 목소리로 서정시를 쓴 데 대해 남성들의 서정을 남성의 목소리로 써 보자고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결국 시인이 되려고 50년 동안 글을 써 온 것인 만큼 그 결실로 내년에는 시집을 한 권 낼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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