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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근태 소장(한스컨설팅)
경영학은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고 움직여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 때문에 CEO 중에는 의외로 고전을 열심히 읽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고전에서 인간에 대한 통찰력,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이를 경영에 접목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CEO들의 니즈를 읽고 고전을 경영과 접목해 서술한 책이다. 여덟 사람의 이야기를 썼는데 간추려서 읽어보자.
1. “원하는 본질을 찾아라” 세네카 로마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세네카는 네로의 명령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평생 화두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의 철학을 들여다보자. 첫째, 전략을 추진하는 원동력은 강한 의지이다. 의지만 있으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전략의 핵심은 강한 의지이다. 이를 위해서 우선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 조직이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하고 이를 직원들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둘째, 원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원하는 것만큼 원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그래야 정말 원하는 일에 온 힘을 집중할 수 있다. 만일 BMW 경영진이 병든 조직을 살리는 것보다는 제품혁신과 마케팅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망해가던 영국의 자동차 회사 로버(Rover)를 인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BMW와 그 투자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큰 부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80년대 시바가이기(CABA-GEIGY)는 미국의 물리학에 바탕을 둔 스펙트라피직스(Spectraphysics)를 인수했다. 그러나 얼마 후 되팔고 말았다. 화학 회사가 물리학에 기반을 둔 회사를 인수했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들은 물리회사를 원하지 않았다. “전략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이냐를 결정하는 일이다.” 마이클 포터의 얘기이다. 셋째, 끈질김이다. 세상에 쉽게 되는 일은 없다. 모든 일은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인내하고 또 인내해야 한다.
그는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다. 이는 지금 시대에 더욱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왜 그럴까? 제품 주기가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의 양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업무 수준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진 지식이 경쟁우위가 되었기 때문이다. 학습에서 중요한 것은 배우기보다는 쓸데없는 지식을 버리는 것이다. 쓸데없는 경험과 선입관과 고정관념은 새로운 지식을 막는 최대의 장애물이다. 그런 것을 버리고 자신을 비울 때 새로운 지식은 비로소 들어갈 수 있다.
2. “속전속결” 손자 손자병법은 지금도 전략의 교과서로 쓰인다. 큰 것이 작은 것을 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먹는다. 전략의 가장 중요한 점은 속전속결이다. 전쟁은 졸속으로 하는 한이 있더라도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뛰어난 작전치고 오래 끄는 것은 없다. 질질 끄는 전쟁이 나라에 혜택을 준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빠른 조직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1)시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인지시켜야 한다. 시판이 6개월 늦어지면 이익은 33% 줄어든다. 2)동시진행형으로 개발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세스를 혁신해야 한다. 3)정보통신기술을 적극 활용할 것. 베네통이 대표적이다. 4)과감한 분권을 시도해야 한다. 독일의 ADCA 은행은 신용평가기능을 각 지점에 이양한 후 대출 결정에 드는 시간이 반으로 줄었다. 5)전 마케팅도 필요하다. 제품이 나오기 전에 그 제품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어라.
그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란 누구일까? 적을 알고 나를 아는 능력이다. 상황에 따라 적당한 인재를 선발 배치하는 능력이다. 지나친 명예심과 연민의 정에서 자유롭고 무모하거나 감정에 치우친 결정을 내리지 않는 힘을 가졌다. 부하의 역량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능력이다. 규율을 엄격히 유지하여 자신을 따르게 하는 능력이다. 그렇지만 권위를 가진 리더이다.
3. “자리이타” 석가 석가의 철학은 심플하다. 자리이타(自利利他) 사상이다. 즉, 남을 이롭게 하면 그 이로움이 결국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비즈니스는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이 아니라, 고객을 만족시키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간절한 원(願)을 세워야 한다. 원은 삶의 강한 용기인 동시에 새로운 의지이다. 원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정진이다. 이를 원행이라 한다. 원만 있고 행이 없거나, 행은 있지만 원이 없으면 안 된다. 원과 행이 같이 움직일 때 성과가 나는 법이다.
경영은 실천이다. 듣기만 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남의 돈만을 세고 있는 거지와 같다. 보이지 않는 자산을 쌓아야 한다. 기술력, 브랜드파워, 직원의 사기, 생산노하우, 신뢰성, 조직 풍토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 스스로 만들고 축적해야 한다. 또 만드는데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일단 확보하게 되면, 여러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고객의 신뢰를 얻으면 다른 제품을 팔 때 유리하다.
4. “목표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라” 클라우제비츠 전략의 원조라 불리는 클라우제비츠는 프러시아 장교로서 1832년 “전쟁론”이란 책을 펴낸다. 우선 전략에 대한 정의를 들어보자. “전략이란 전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투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우선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목표에 맞게 전쟁 계획을 짜야 한다.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는 현장을 중시했다. “경영을 제대로 하려면 늘 현장 가까이에 있어야 하고 고객을 잘 알아야 한다. 또 끊임없이 그들과 접촉해야 한다. 한 순간도 싸움터에서 눈을 돌리면 안 된다. 전략은 함께 싸움터에 뛰어들어 현장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지시하고 수시로 전체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늘 상황이 변하기 때문이다.”
전략의 성공요인으로는 다음 여섯 가지를 주장했다. 첫째, 지형의 유리함이다. 시장을 잘 알고 이를 공략할 탁월한 핵심역량이 필요하다. 둘째, 뜻밖의 엄습이다. 적절한 시점을 포착해 공격해야 한다. 셋째, 여러 방향에서의 기습이다. 경쟁 현장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현장에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야 한다. 조직내의 풍부한 자원을 이용해야 한다. 다섯째, 백성의 협조가 필요하다. 시장 수요가 커야 한다. 여섯째, 도덕적으로 강해야 한다. 직원의 사기가 높아야 한다.
5. “시간관리능력은 최고의 경쟁력” 피터 드러커 그는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는 역사에 대해 백과사전 같은 지식을 갖고 있고 그런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경영학을 정립했다. 그런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현재, 과거, 미래를 기기묘묘한 방법으로 연결지었다. 이런 연관 능력 때문에 그의 이야기는 호소력이 있다. 그는 법학,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지만 기계나 건물보다는 늘 사람에 주목했다. 직원을 비용이 아닌 자원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CEO 가 너무 많은 보수를 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 임원의 경쟁력이 회사의 경쟁력이라면서 임원의 능력으로 시간관리능력을 꼽았다. 이를 위해 사용 시간을 기록하고, 내용을 분석해, 불필요한 낭비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시간의 공급 측면 보다 중요한 것은 수요 측면이다. 경영자 시간의 주요 수요자는 바로 직원들이다. 직원들은 경영자 시간의 반을 쓴다. 그들은 경영자 시간을 물쓰듯 쓴다. 경영자의 시간은 제한적이고 귀한 자원이기 때문에 아끼는 마음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자의 시간에 값을 매기고 필요로 하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그 비용을 부담하게끔 해야 한다. 이외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파악하는 것, 단점을 커버하기 보다는 장점을 살리는 것, 올바른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 효과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 등이 임원의 역할이다.
미래의 최고 경영자에게는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경제적 측면, 인간적 측면, 사회적 측면이 그것인데 어느 한 곳에 치중하는 것보다 세 분야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미국 기업은 경제적 측면에 너무 치중해있다. 이익에 따라 자유롭게 구조조정을 행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유럽기업은 사회적 기여를 중요시 한다. 조직도 사회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기여를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기업 부담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 일본은 인간적 측면을 중요시 한다. 아직 평생 고용을 철학으로 하는 기업이 많은 것이 그 증거이다. 미래의 경영자는 이 세 가지 사이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
6.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하라” 헤르만 지몬 그는 유럽의 피터 드러커와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그의 글이 독일로 쓰여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인에게는 덜 알려져 있다. 독일에는 숨은 챔피언 기업들이 많이 있다. 담배제조기 세계 1위 회사인 하우니(Hauni)는 전 세계 90%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열대어 먹이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테트라(Tetra), 생선 처리장비 분야 90%를 갖고 있는 바더 (Baader), 자동차 선루프 및 보조난방시스템의 강자 베바스토(Webasto),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탁송회사 힐레브란트(Hillebrand)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어떻게 이런 초강자 기업이 되었을까?
우선 야심 찬 목표를 갖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장에서의 리더위치이다. 시장점유율 보다는 품질이나 기술에서 1위가 되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오랜 세월 꾸준한 노력을 했다. 이들은 집중 전략을 사용한다. 여러 분야가 아닌 특정 분야의 전문가, 작은 시장의 거인이 되려고 한다. 자원을 집중해서 사용하니 당연히 성과가 난다. 이들은 제품과 노하우를 전 세계에 팔고 있다. 고객과도 가깝다. 한번 관계를 맺은 고객은 영원한 그들의 고객이 된다. 병에 상표 딱지를 붙이는 기계를 만드는 크로네스는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는데 고객을 가장 잘 아는 정비공들이 고객사의 개발부 사람들과 교류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들은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다. 시장과 기술의 중요성을 모두 알고 있다. 이들은 뚜렷한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 품질, 서비스, 고객지향 정신 등 여러 면에서 경쟁자를 압도 한다. 종업원들의 애사심이 강하다. 강한 지도력도 특징이다. 숨은 챔피언 기업 대표의 평균 재임기간은 무려 22년이나 된다.
지몬은 기업 문화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훌륭한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를 구분하는 것은 기계나 공장이나 조직구조가 아닌 기업문화라고 생각한다. 최신 장비와 시설을 갖춘 환경에서 동기유발이 되지 못한 직원들이 일할 때보다 비록 기계는 낡고 공장은 허름할지라도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때가 효과와 효율이 훨씬 낫다고도 주장한다.
7. “심사숙호 후 과감하게 단행하라” 이병철 1987년 11월 19일 세상을 떠난 삼성그룹 창업자 호암 이병철은 누가 뭐래도 20세기 한국이 낳은 최고의 경영자이다. 마쓰시다 고노스케, 잭 웰치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1969년 설립한 삼성전자는 인텔이나 IBM보다 이익을 많이 내고 소니보다 훨씬 기업가치가 크다. 그는 어떤 경영철학을 가졌을까?
그는 깊이 생각한 후에 결정한다. 일단 결정을 했으면 과감하게 시행한다. 그의 의사결정 스타일은 배울 점이 많다. 우선 전문가를 불러 그 분야에 대해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기자를 부르고, 관련 교수를 부르고, 업계 사람을 부르고, 직접 그 분야 사업을 하는 곳에 가보고, 관련 책을 구입해 직원들에게 공부하라고 나누어 주고… 이런 과정을 거쳐 나름대로 감을 잡은 후에 결정을 한다. 반도체 사업이 대표적이다. “반도체는 미래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사업이다. 반도체는 시간싸움이다.”라는 것을 알고는 모든 임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실행을 했다. 만일 그가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한국은 어땠을까? 오늘날의 삼성전자가 아직 살아있을까?
오늘날 삼성은 인재의 사관학교라고 불린다. 시장에 나가보면 이는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다 이병철 회장의 철학에서 시작된 것이다. 인재에 대한 어록 몇 가지를 소개한다. “나는 내 일생의 80%를 인재를 모으고 교육시키는데 사용했다. 내가 키운 인재들이 성장해 두각을 나타내고 좋은 업적을 쌓는 것을 볼 때 고맙고 반갑고 아름다워 보인다. 삼성은 인재의 보고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나에게 이 이상 즐거운 일은 없다.” 이런 말도 했다. “모처럼 길러놓은 사람이 떠나가는 일도 있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떠나는 사람을 굳이 잡지 않는다. 유능한 인재를 길러 회사 밖으로 보내는 것도 기업의 사명이다.” 능력주의, 적재적소, 신상필벌 이 세 가지는 이병철 회장의 인재에 대한 철학이다.
가진 도구가 오직 망치인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그는 모든 것을 두드리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구가 많은 사람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행동을 취한다. 빼기도 하고, 돌리기도 하고, 뒤집기도 하고, 놔두기도 한다. 우리가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좀 더 다양한 패턴을 가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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