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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랍 풍토기 -앙코르와트

  • 700년 전 앙코르와트를 갔더니
  • ’진랍풍토기(眞臘風土記)’ 완역
  • 연합뉴스
    입력 : 2007.04.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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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탑 가운데 머리가 아홉 달린 뱀의 정령이 있으니 이것이 이 나라를 수호하는 토지신인데 여인 몸을 빌려 매일 밤에 나타난다. 국왕은 먼저 그 정령과 동침해 관계하니 왕비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여성은 출산 후 곧바로 쌀밥을 지어 이에 소금을 이겨 음호(陰戶. 음부)에 넣었다가 하루 밤낮을 지낸 뒤에 꺼낸다. 이렇게 해서 산후병을 없애며 자궁을 수축시켜 처녀처럼 젊어지려 한다.”

      약 700년 전인 1296-97년, 주달관(周達觀)이라는 사람이 지금의 캄보디아인 진랍(眞臘)에 중국 원(元)나라 사신단 일원으로 파견되어 그곳에서 약 1년 간 머물다 귀국한 다음, 보고 들은 그 나라 풍속을 정리한 ’진랍풍토기’(眞臘風土記)에 나오는 구절이다.

      진랍이라는 명칭은 그 유래가 분명치 않으나, 당초(唐初)에 수(隋)나라 시대 정사로 편찬된 수서(隋書) 권 제4에 처음 등장한 이래 지금의 캄보디아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됐다. 원대(元代)에 완성된 송(宋)나라 시대 정사인 송사(宋史) 권489에는 이 나라 역사를 정리한 ’진랍전’(眞臘傳)이 수록돼 있고, 이에는 그 이칭으로 ’점랍’(占臘)이라는 표기도 보인다.

      절강(浙江) 온주(溫州)의 영가현(永嘉縣) 출신인 주달관에게 진랍에 가라는 조정의 명령이 떨어진 것은 원나라 성종(成宗) 즉위년인 원정(元貞) 원년(1295) 6월.

      이에 그는 이듬해 2월 고향 온주를 출항한 선박편을 이용해 동지나해를 지나고 메콩강을 거슬러 같은해 7월 진랍 수도 ’앙코르톰’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약 1년을 보낸 주달관 일행은 대덕(大德) 원년(1297) 6월에 귀국길에 올라 두달 만인 같은해 8월에 영파(寧波)항으로 돌아왔다.

      주달관 방문 당시 진랍국은 현지에서는 ’감패지’(甘패 心방 없는 悖 智)라고 불렀다고 기행문은 증언한다. 이 감패지는 말할 것도 없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캄보디아’의 음역(音譯)이다.

      이런 주달관이 남긴 진랍풍토기는 13-14세기 무렵 캄보디아 왕국의 파노라마다. 약 8천500자 분량이지만 진랍국 수도인 오가성(吳哥城)의 건축과 조각예술을 상세히 기술하는가 하면, 그들의 생활과 경제, 문화습속, 언어, 산천, 산물을 모두 40개 항목으로 나누어 증언했다. 이를 통해 이미 이 무렵에 ’당인’(唐人)이라 일컫는 중국인들이 캄보디아까지 진출해 활동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나아가 당시 진랍국에서는 “국왕 이하 남녀 모두가 상투를 틀고 웃옷을 벗은 채 살을 드러내놓고 다녔”으며 “오직 국왕만이 머리에 금관을 쓸 수” 있었고, 불교사원에는 중국과는 달리 “범종, 범고, 징 , 동발, 당번, 보개 등은 없었다”는 사실도 확인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이형인(二形人)이 매우 많다”는 언급을 통해 동성애의 일반화 현상을 추출할 수 있다.

      하지만 진랍풍토기가 갖는 남다른 의미는 ’잊혀진 문명’ 앙코르와트 문화에 대한 거의 유일한 기록이라는 점에 있다.

      주달관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 진랍국에서는 그들만의 문자문화가 있었고, 나아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써 내려가는 중국의 필기 전통과는 달리, 요즘 우리에게도 일반화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줄을 바꾸어 써 내려가는 필사 전통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으나, 그들 자신이 남긴 기록은 거의 모두가 사라지고 오직 진랍풍토기를 통해서만 살아남았을 뿐이다.

      고대의 기행문이라고 하면, 당나라 현장법사의 인도 여행기인 ’대당서역기’라든가 신라승려 혜초의 인도기행문인 ’왕오천축국전’, 나아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익숙한 편이지만, 700년 전 앙코르와트 기행문도 있었다는 사실도 기억할 만하다.

      이 ’진랍풍토기’(백산자료원)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지원으로 동국대 전자불전ㆍ문화재콘텐츠연구소에서 최근 역주되어 나왔다. 곳곳에 앙코르와트 유적을 비롯한 원색 도판을 배치하는가 하면, 관련 3D 복원자료도 섞었다. 115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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